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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dy Spider Jul 28. 2023

나의 소뇌 살리기

몸치 탈출 프로젝트(feat. 치매 예방)

# 포스트 코로나 버킷 리스트 

2020년 3월 갑자기 세계를 잠식했던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감옥이었다. 더 정확히는 내가 감옥에 갇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감옥이었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업무 관련 저녁과 함께 술자리를 갖던 나는 어느날 우연히 밀접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었다. 미친듯이 일만하고 달려나가던 그 시절, 자의반 타의반으로 멈추어서서 내 안을 들여다보니 내 안이 온통 공허함 투성이였다.


이렇게 회사 일에만 찌들어서 살게 아니라, 미얀마 근무 마치고 한국 돌아가면 뭔가 재미난걸 해봐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적어내려간 포스트 코로나 버킷 리스트의 1번은 "k-pop 댄스" 배우기였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BTS의 Dynamite 뮤비를 반복해서 보았는데, 나의 이 몸치 몸으로 이 춤을 따라한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 갑자기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2021년 본부 복귀 후 여름부터 나는 버킷 리스트 제1번을 실행에 옮겼다. (이때 버킷 리스트에는 박사학위와 요가 자격증 따기도 있었다.) 일단 BTS의 Butter부터 시작해서 블랙핑크, 트와이스, 레드벨벳 뿐 아니라, 4세대 아이돌인 에스파, 아이브 신곡까지 섭렵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2021년 스트리트우먼파이터 프로그램의 열기로 '헤이마마 챌린지"를 연습해서, 미국 출장 중에 틈을 내서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헤이마마 챌린지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유튜브 채널을 했었더라면 올렸을텐데;)


하지만 나의 이러한 댄스를 향한 도전과 열정은 타고난 소뇌 역량의 부족으로 매번 어려움에 봉착했다. 전에도 살짝 언급했었지만, 나의 소뇌는 특별히 약한건지 (MRI를 찍어 본 적은 없지만) 무언가 정확한 운동을 위해 필요한 조율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분명 아이돌들이 출때는 엄청 멋져 보였는데 내가 하면 먼가 휘적휘적하고 리듬감도 하나도 없고 말그대로 뚝딱이 같았다.


나는 소뇌의 부족을 대뇌의 암기력으로 보완하기 위해 매일 15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 때 배우고 있던 댄스의 안무 튜토리얼 영상을 무한반복 재생하며 눈으로 외우려고 했었다.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당시 나는 무언가 하기로 했으면 반드시 해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 소뇌와 신경가소성 이야기

그러한 나에게 희망을 주는 단어는 바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이다. 이 개념이 발견되기 전에 뇌 과학자들은 대부분 인간의 뇌가 3세 정도까지 발달을 이루고 나서는 더이상 진화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중추신경계의 손상은 회복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물론, 중추신경계가 손상된다면 해당 특정 뉴런은 복구가 불가능한 것은 맞다. 다만, 신경가소성 원리에 따르면 주변의 다른 뉴런이 발달하여 그 기능을 어느 정도 보완을 해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성인의 뇌라도 반복적인 연결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시켜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말 "반복" 이 중요한데, 내가 찾아본 블로그에서는 800번 이상이라고 나왔다.


저 사진 옆에 동영상을 보면 엄청 귀여운 키네신 단백질이 새로운 시냅스를 연결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꿋꿋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듯 성인의 뇌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력을 통해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키네신 단백질처럼 뇌의 진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소뇌는 너무나 중요하다. 운동을 해야돼! 해야겠어!! 동쪽으로 움직여야겠어!! 하는 명령어들은 대뇌 전두엽에서 내리는 것이지만 이를 위한 모든 신체 운동, 즉 목표를 바라보고, 그 쪽을 향해 방향을 틀고, 걸어나가는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뇌가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각각의 모듈에 신호를 보내주어야 한다.


젓가락질과 같은 아주 정교하고 섬세한 동작을 해 내는데 소뇌가 깊이 관여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소뇌는 우리 뇌에서 10% 정도의 부피이지만 뇌세포의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앞으로 미래 시대에는 대뇌 만큼 소뇌가 중요해질 것 같다. 대뇌의 주요 기능인 언어 및 연산처리는 많은 부분 기계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소뇌가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은 인간의 몸을 기계로 갈아끼우는 것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대체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의 관점에서도 단순한 공부보다는 스포츠, 특히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많이 포함된 운동을 많이 시키는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다.


# 몸치 탈출 실험

그래서 나의 몸치 탈출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 중이다. 내 실험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뇌의 신경가소성이 작용한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꾸준히 반복해 나간다면 몸치인 내가 어느새 그럴듯한 춤을 출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중간에 6개월 정도 쉬기는 했지만 1-2주에 한번 댄스 레슨을 받자, 예전에는 안되던 몇 가지 동작들이 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목 아이솔레이션(목을 분리시켜서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동작) 이 전혀 안되었는데 지금은 좀 흉내를 낸다.

위에 있는 영상들은 작년 말에 찍은 것인데, 처음보다는 얼추 비슷해진 것 같다.


최근에는 보다 내 수준에 맞추어 "왕초보 기본레슨반" 에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데, 확실히 예전보다 춤동작을 흡수하는 시간이 빨라진 것 같다.

https://youtube.com/shorts/mefm2e901P4?feature=share

https://youtube.com/shorts/sqhwh8Z5nY0?feature=share

선생님께서 워낙에 잘 가르쳐 주시기도 하고, 기본부터 가르쳐 주시니 더더욱 흡수가 잘되는 것 같다. (feat. 춤토리얼) 위에 영상들 모두 따로 연습한 거 없이 수업 당일 20분 정도 배우고 바로 찍은 것들이다. 예전에는 혼자 복습해서 하나의 안무를 다 외우기까지 한달이 걸리고 특히 영상으로 기록할 때는 새벽 두시까지 찍은 적도 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아무도 나에게 이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 소뇌를 살리기 위한 꾸준한 노력, 나아가 치매 예방까지 미리 하는 차원에서 댄스를 계속 배우려고 한다. 오왼오 방향 맞추고 팔과 다리를 서로 다른 동작을 동시에 조율하다보면 엄청난 뇌세포를 쓰고 있다는 것이 실감된다. 우리 뇌는 쓰는만큼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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