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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 뚱이 Jul 08. 2024

왜간장을 아시나요?

잊혀가는 옛이야기 2




왜간장을 아시나요?


왜간장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진간장인데 일본식 제조 방법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왜간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조선간장 지금의 국간장보다는  맛이  진하고  단맛이 있는 간장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시판되었었는지는 모르지만  1972년 포항에서 살았던 우리 집은 간장을  만들어서 파는 가게에 가서 직접  가지고 왔다

어머니께서 왜간장을 사 오라고 양은 주전자를 주시면  그 주전자를 들고 포항 죽도성당  근처에 있었던 우리 집에서 포항역  지금의 포항 폐철도공원  근처에 있는 가게까지 걸어가서 간장을 사 가지고 왔다.

가게에 들어서면 내 키보다도 훨씬 큰 항아리가 있었는데 손잡이가 긴 바가지로 항아리 속에 있는 간장을 퍼서  주전자에 부어 주셨다. 도보로 왕복 이십 분은 좋게 되는 거리인데 갈 때는 빈 주전자였지만 되돌아올 때에

출렁이는 주전자를 들고 간장이 솥아지지는 않을까 조심히 다녀와야 했으니 그 심부름이 쉬운 건 아니었음에도 난 그 심부름을 갈 때면 너무나 좋았다.

왜 좋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땐 그 짠맛이 몸에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도 모르고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길거리에서 주전자를 들고 기울여서 주전자 주둥이를 통해 쪼르륵 나오는 간장맛을 보는 재미로 심부름 가는 것이 기쁨일 정도였다.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내신 어머니는  진간장을

소유간장이라고도 말씀하셨는데 하얀 쌀밥에 날계란 하나  깨서  올리고 그 위에 왜간장과 참기름 조금 끼얹어 주시면 

소고기반찬과 함께  먹는 밥보다 더 맛난 한 끼였다.

가끔은  어머니의 밥상 이벤트가 있을 때도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 속에 계란을 숨겨서 각자 앞에 밥그릇을 건네주신다. 그때 어느 누군가가 밥 속의 계란을 발견하고

"아! 계란이다."

라고 외치면 모두가 각자의 밥그릇을 파헤친다.  

그때  오 남매의 얼굴에 퍼지던 환한 미소.

그러면 뒤늦게 왜간장과 참기름이 올라오고 참깨가 등장을 하면 그날 아침 등굣길에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어떤 때에는 따뜻한 밥에 버터 한 숟가락  푹 떠서  올리고 왜간장을 뿌려서 쓱쓱 비빈 밥에 행복해했던 때도 있었다.

그 밥을 한  숟가락 푹 떠서 입에 넣으면  입  안에 퍼지는 고소한 버터향과 짭조름하면서도 달달한 왜간장의  맛이 어우러져서  더없이 행복했던 지난날의 기억에 난 지금도 버터간장비빔밥을 좋아한다.



지금이야  마트에 가면  온갖 종류와 브랜드의 간장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필요한 내 취향의 간장을 들고 오기만 하면 된다.

그뿐인가 진, 국간장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뚜껑 색깔도 다르게 해 둔 것이 아닌가.

옛 어르신들이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나 역시 그런 말을 하며 지낸다.

"세상 참 좋아졌다. 힘들게 사다 먹었던 진간장이 마트에 오니  지천으로 깔려있네."







"어머니 오늘은 간장양이 좀 적네."

라고 말씀하셨죠?

"제가 집으로 오던 길에 간장을 조금만 먹어야지 그랬는데  너무 많이 먹어그랬어요.

죄송합니다. 어머 "


#왜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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