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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 뚱이 Nov 23. 2024

빨래 널어라

소소한 일상 이야기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조금 늦게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튼을 걷었다.

멀리에 있는 아파트 창에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 창에 비치는 아침 햇살로 날씨를 예감하는 버릇이 이 집에 오면서 생겼다.

찰칵 기록을 남기듯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돌아 서는데 하늘에 줄 하나가 생겼다.

'제트기가 날아갔나?'

조금 굵은 줄인 것을 보면 지나간 지 조금 되었나 보다.

조금은 시리게 보이는 하늘.

팔짱을 끼고 보는데 어릴 때의 생각이 문득 났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집에는 옥상이 있었다.

가끔 그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면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에 길게 하얀 줄이 그려져 있었다.

어린 눈에는 마냥  신기했던 줄이 무얼까?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은 눈으로는 쫓아갈 없는 비행기 대가 하고 날아간다. 그리고 뒤에는 내가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하얀 선이 그려지는 것이었다.

난 그 줄을 보면서 가끔은 저 선에 빨래를 널면 잘 마를 건데...라는 생각을 하고 빨래가 하늘에서 바람을 맞아 펄럭이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집 앞마당에는 길게 빨랫줄이 있었고 그 줄에는 사시사철 빨래가 없는 날이 없었다.

늘 객이 많았던 우리 집에는 빨래를 널고 긴 장대로 빨랫줄 지지대를 만들어 빨래를 널고 나면  그 장대로  빨랫줄을 끌어 위로 올려 주었다. 그러다 지지대를 너무 높이 올리면 빨랫줄이 반대로 넘어가서 빨래들이 마당에 우수수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화를 내시며 그 많은 빨래를 다시 하셨다.

난 어머니가 화가 나신 그 순간이 두렵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린 내 눈에 하늘에 그려진 줄이 우리 집 빨랫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세탁기도 건조기도 없었는 1970년대. 그 시절에는 낮에 빨아서 널었던 빨래가 덜 마르면 걷어서 다음날 다시 널곤 했었는데 겨울이면 널어놓았던 빨래를 걷을 때 빨래에 언 살얼음이 여린 살갗을 스치거나 찌르곤 했었는데 찬 것도 물론이지만 쓰리고 따갑고 아프기도 해서 난 무척이나 싫었다.

" 얼른 빨래 널어라. "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릴 때의 생각이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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