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이야기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조금 늦게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튼을 걷었다.
멀리에 있는 아파트 창에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 창에 비치는 아침 햇살로 날씨를 예감하는 버릇이 이 집에 오면서 생겼다.
찰칵 기록을 남기듯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돌아 서는데 하늘에 줄 하나가 생겼다.
'제트기가 날아갔나?'
조금 굵은 줄인 것을 보면 지나간 지 조금 되었나 보다.
조금은 시리게 보이는 하늘.
팔짱을 끼고 보는데 어릴 때의 생각이 문득 났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집에는 옥상이 있었다.
가끔 그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면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에 길게 하얀 줄이 그려져 있었다.
어린 눈에는 마냥 신기했던 그 줄이 무얼까?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은 내 눈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비행기 한 대가 씽 하고 날아간다. 그리고 그 뒤에는 내가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하얀 선이 그려지는 것이었다.
난 그 줄을 보면서 가끔은 저 선에 빨래를 널면 잘 마를 건데...라는 생각을 하고 빨래가 하늘에서 바람을 맞아 펄럭이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집 앞마당에는 길게 빨랫줄이 있었고 그 줄에는 사시사철 빨래가 없는 날이 없었다.
늘 객이 많았던 우리 집에는 빨래를 널고 긴 장대로 빨랫줄 지지대를 만들어 빨래를 널고 나면 그 장대로 빨랫줄을 끌어 위로 올려 주었다. 그러다 지지대를 너무 높이 올리면 빨랫줄이 반대로 넘어가서 빨래들이 마당에 우수수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화를 내시며 그 많은 빨래를 다시 하셨다.
난 어머니가 화가 나신 그 순간이 두렵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린 내 눈에 하늘에 그려진 그 긴 줄이 우리 집 빨랫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세탁기도 건조기도 없었는 1970년대. 그 시절에는 낮에 빨아서 널었던 빨래가 덜 마르면 걷어서 다음날 다시 널곤 했었는데 겨울이면 널어놓았던 빨래를 걷을 때 빨래에 언 살얼음이 여린 살갗을 스치거나 찌르곤 했었는데 찬 것도 물론이지만 쓰리고 따갑고 아프기도 해서 난 무척이나 싫었다.
" 얼른 빨래 널어라. "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릴 때의 생각이 아침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