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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May 07. 2023

07   물봉선



물봉선

장명흔


논두렁을 가로질러

햇빛 속으로 오는 그대를 봤어요

그대, 그림자는 기다림처럼 길더군요

해멀미를 하던 내게

그대 발소리는 청량한 그늘처럼

침묵도 원망도 문제 될 게 없었어요

내 손을 잡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만히 안았을 때 나의 오른쪽

가슴께가 갑자기 뻐근해졌습니다

귓가에 닿는 숨결은 솜털 같고

쿵, 쿵, 벅찬 당신 심장 소리를 들었거든요

오랜

입맞춤은 그렁한 꽃물 되어 흐르고

그 향기 차고도 넘칩니다

햇빛 속으로 떠나갈 그대를 생각하면

그리움은  오래된 상처고 향기입니다.




*물봉선:산 골짜기 습지나 물가에 무리 지어 피는 꽃. 흔히 물봉선화라고도 부른다.


나이 들수록 들꽃이 예쁘다. 언젠가 차를 타고 시골길을 가다 버드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게 됐다. 졸졸, 물소리 흥건한 도랑가에 자줏빛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는데, 꽃잎이 꼭 봉숭아 같아서 어루만졌더니 붉은 꽃물이 손에 들어 촉촉한 꽃잎이 무척 인상 깊었다. 한참 후에  알고 보니 그 풀꽃 이름이 순하고 부드러운 '물봉선'이라는 어감에 사로잡혀 사랑을 시로 써 봤다.


사진출처:네이버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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