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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Apr 28. 2023

06   밥정

밥정

장명흔

시골집 마당에서 풀 뽑고 있으니

밥그릇에 붙어 있던 녀석이 다가와 아는 체한다

옆에 와 얼굴을 비벼대며

아웅 아웅, 앙알거린다

밥그릇 놓아두고 간지 한 달 만에 와 부어준 밥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운 녀석의 나른한 눈빛은

처음 쥐똥나무 울타리를 기웃거리던 녀석이 아니다

밥 줘 고맙다는 것인지

다시 보니 반갑다는 것인지

마당 일 하는 내내 졸졸 따라다닌다

싸한 눈빛이 낯설어 고양이라면 정색하는데

녀석의 다정함이 목화솜 같아

이대로 녀석과 함께 살아도 될 것 같으니

외딴집에 찾아와 준 게 마음 동했나 보다​​




엄마 가시고 비어 있는 시골집에 길냥이 한 마리가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시골집은 이제 빈집이 아니다. 내 눈에 띈 건 작년 봄부터인데 언제부터 드나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라고 이름도 지어줬다.

봄이는 아직 아기 티가 난다. 비쩍 마른 게 안 쓰럽기도 하고 썰렁한 빈 집을 찾아와 준 것이 고마워서 고양이 밥을 사놓고 갈 때마다 주곤 한다. 한 달에 한 번 가던 게 녀석이 오는 걸 안 뒤로는 나도 모르게 내려가는 횟수가 점점 늘어 간다.

 길냥이들은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데, 그 사이 정이라도 든 걸까. 이것도 정이라면 정일까. 고양이라면 눈빛이 무서워 제대로 쳐다도 못 봤는데, 자꾸 애잔한 마음이 들어 빈 상자에 수건을 깔아 집을 만들어 주고 천리만리 서울에 앉아 녀석 끼니 걱정을 하다가 어제 오자마자 밥부터 챙기고 언제 오나 하고 목 빼고 기다리고  있으니, 녀석은 알까. 이러는 내 마음을...,



*위 사진은 산책길에 만난 길냥이다. 봄이 사진이 없어 아쉽다. 봄이 덕분에 이제 길냥이들을 보면 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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