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시고 비어 있는 시골집에 길냥이 한 마리가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시골집은 이제 빈집이 아니다. 내 눈에 띈 건 작년 봄부터인데 언제부터 드나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봄'이라고 이름도 지어줬다.
봄이는 아직 아기 티가 난다.비쩍 마른 게 안 쓰럽기도 하고 썰렁한 빈 집을 찾아와 준 것이 고마워서 고양이 밥을 사놓고 갈 때마다 주곤 한다. 한 달에 한 번 가던 게 녀석이 오는 걸 안 뒤로는 나도 모르게 내려가는 횟수가 점점 늘어 간다.
길냥이들은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데, 그 사이 정이라도 든 걸까. 이것도 정이라면 정일까. 고양이라면 눈빛이 무서워 제대로 쳐다도 못 봤는데, 자꾸 애잔한 마음이 들어 빈 상자에 수건을 깔아 집을 만들어 주고 천리만리 서울에 앉아 녀석 끼니 걱정을 하다가 어제 오자마자 밥부터 챙기고 언제 오나 하고 목 빼고 기다리고 있으니, 녀석은 알까. 이러는 내 마음을...,
*위 사진은 산책길에 만난 길냥이다. 봄이 사진이 없어 아쉽다. 봄이 덕분에 이제 길냥이들을 보면 피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