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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May 12. 2023

08   느티나무로




느티나무로

장명흔


사람들은

나무가

열매도 주고

그늘도 내주고

종국에는 제 한 몸까지

아낌없이 다 줘 좋다지만


나무, 하고 발음하면

순하고 부드럽게 잦아드는 

호.흡 만으로도

나무곁으로 다가가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같아

나는 서서히 사라지고

마음에 바람만 붑니다.


내가 나무를 좋아해서

나무 아래 고요를

나무 아래 서기를 더 좋아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우듬지를 올려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름답게도

 누가 나더러

다음 생을 선택해 살라하면

사라졌던 내가

어느 시골 마을  느티나무 한 그루로

 붙박이고 붙박여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림책<나의 를리외르아저씨>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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