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다 '수런'이라는 말에 오래 머문다. '술렁거리다' 보다는 동세가 작아서 다정한'수런거림'을 좋아한다.
봄날 숲에 들어가걷다 보면 연녹색을 띠는 잎들의 촉감이 궁금해 지문으로 살살 문질러 보게 된다. 새로 난 잎이 햇살과 바람의 부채질에 코브라가 주인의 피리 소리에 호리병속에서 목을 내밀고 나오듯 바람의 수런에 잎들은 주먹을 펴거나 도르르 말린 잎들이 수런거린다.
풋풋한 잎은 가로 세로 사선으로 저마다 무늬를 지녔다. 잎의 색 크기 모양에 따라 새겨진 무늬는 촉감을 감지하는 지문같다. 골골이 휘돌아나가거나 수직으로 흐르는 선을 보면 수백 수천 년 동안의 수런거림이 있었을 것만 같다. 무늬는 나이테처럼 고유 성정이 되어 그것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것이 지닌 그늘이 궁금하기도 하다.
나뭇잎 무늬와 물무늬가 자연의 수런거림으로 빚어졌다면 아이가 나고 자라 어른으로 되어가는 과정에는 자연과 인간의 함께 살이가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수런거림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