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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May 24. 2023

여덟 살의 꿈

내 맘대로 읽는 시


여덟 살의 꿈

     

박채연


나는 ㅇㅇ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여덟 살의 꿈>이란 시다. 초등학교 1학년이 어떻게 국제중에  민사고, 하버드대를 알까. 이 대목만으로도 놀라운데  정말 놀라운 반전이다. 최상의 코스를 밟아 미용사가 될 거란다.

 

아이의  꿈을 엿본다면 부모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기암 하거나 뜨끔하거나 아니면 그냥 허허실실할까. 똑 부러진 아이의 주관이 들어 있는 시에서 중학교 때 우리 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중학교 사회 시간, 선생님은 갑작스레 맨 앞에 앉은 ㅇㅇ이한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선생님의 느닷없는  질문에 ㅇㅇ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는 어른이 되면 "붕어빵 장수"가 될 거라 답했다.  말이 나오자마자  아이들은 박장대소했고 선생님은 왕방울만 한 눈을 희번덕 이며 그 얘를 마구 나무라셨다. 

 

세상에 하고 많은 꿈들 중 왜 하필이면 "붕어빵 장수"냐는 꾸짖음이었다. 반 아이들은 술렁거렸는데 외려 그 아이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너무도 담담했다.  후 그 친구를 기억에서 잊고 지냈다. 그런데 3년 전인가 나랑 친한 친구가 고향에 다녀왔다며 그 친구 소식을 전했다.

 

"붕어빵 장수"가 꿈이었던 그 얘는 어른이 돼서 얘들도 셋이나 낳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더라고 했다. 친구의 말에 잊고 지냈던 그 친구의 기억이 선연해져 몹시 궁금했다. "ㅇㅇ이 뭐 하고 살아?" 뜬금없는 내 질문에 친구는 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친구 성공했어. 시내에서 큰 주유소 사장이 되어 외제차 몰며 여걸처럼 살고 있더라." 주유소 사장, 성공했네. 나는 그 얘가 어린 소견에도 어떻게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는지 선생님께 머리를 쥐어 박히면서도 당당했던 그 친구의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뿐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꿈은 크게 가지라고들 말한다. 그래야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언저리라도 도달할 수 있다고 말이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꿈을 꾸지 말고 꿈을 추라고. 나는 아잇적 꿈이 뭐였지. 꿈을 꾸었던 것도 같은데  아련하다. 꿈도 각자의 무늬가 그려진 꿈이었으면 좋겠다. 여덟 살 아이가 쓴 동시 안에서 나는 사는 게 뭔가를  생각한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호명호수 가는 길에 찍은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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