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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언어

자연에서 배움

by megameg

또 하나의 언어

핫둘!! 핫둘!!

바람과 맞짱 떠 보려고 나섰어요.

머리통이 시리네요.

우와! 자목련이다.

정말 고아하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왕비처럼 활짝 피었네요.

아기 봉오리들도 수줍은 듯, 귀엽고 우아하게 맺혀 있네요.


핫둘!! 핫둘!!

매실나무 산책길.

매실나무 가지를 어쩜 저렇게 마구 잘랐을까요?!

서울 아파트 단지 내의가로수들도 저렇게 안쓰럽게, 안타깝게 몽창몽창 잘려있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 모습은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고, 언제나 안쓰럽고 속상하기까지 했지요.

근데 초봄엔 저래도 시간이 지나고 여름 되면, 아주 풍성하게 길 위 하늘을 덮고, 그늘을 만들어 주더라니까요.

매년 느끼는 안타까움이 풍성한 감사로 돌아오더라고요.

아마 매실나무는 거센 비도 거센 바람도 뜨거운 태양도 거뜬히 다 받아내며, 여름쯤 되면 풍성해져서 열매 맺을 준비를 마칠 거예요. 한껏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또 작은 풀들도 땅속뿌리가 깊어지며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가겠죠.

다 자연의 일부이니 그 자체로 자연이 되어 멋지게 자라는 거죠.

아마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잘 참고 이겨내서 멋지게 살아가라고~

누가 이런 질문을 했어요.

살면서 제일 크게 좌절했을 때가 있었냐고.

그래서 산다는 건 UP & DOWN이 있게 마련인데, 그렇게 좌절하고 그런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냥 그런대로 사는 거지 좌절까지 할 건 아니지 않나요?!

소소하게 실망은 하겠지만 좌절까지는 아니라고.

좌절하면 절망이고 끝인 거 같아서.


우리에겐 위에 하나님이 있고, 사람이 있고, 그래서 서로 도와 갈 희망이 있고, 소망이 있고, 개선해 갈 의지가 있고, 능력이 있을 거니까, 좌절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질문을 위한 질문인 것처럼, 금방 공감하더라고요.

당진 와서 육십 평생 첫 냉이캐기를 하며 척박한 곳에 자란 녀석들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길던지 끊어먹지 않고 캐내기가 참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마른땅 돌 틈바구니에서 살아 보려고, 살아 보려고 아등바등~,

물 찾아 양분 찾아 그렇게 파고들었던 것이겠죠.

그렇게 힘겨운 시간 속에서, 환경 속에서 안간힘을 써서 자기 향기를 지키며 자라 있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그 조그만 풀떼기가 말입니다.

우리에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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