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도서실
도서실 정리 후
와우!! 여긴 도서실이 아니라 완전 창고네 창고!
만지면 바스러질 것 같이 낡은 도서들에다, 최근 도서들도 정리 되지 않고 먼지 잔득 머금고 있어서 찾아보기도 싫을 것 같은 도서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에이! 책들이 무슨 죄람.
이 넓은 도서실을 이렇게 방치해 두고 있었다니. 교실 두 개는 합쳐진 것 같은 크기의 도서실공간이 아깝다.
-그렇지만 곧 회복 되리라.-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필요했겠지.
전공도 아니면서 도서실 운영에 경험이 많은 사람.
적은 예산으로 가성비 좋을 것 같은 사람.
난 감사다.
서가를 메우고 있는 책들만 봐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지니까.
아이들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실에서 봉사를 시작했고,
아이들 졸업 후엔, 작은 도서관에서 4년 봉사했고, 그 후 8년 동안은 운영까지 하게 되었다.
서울을 떠나기 전까지 마지막 도서를 새로 들이고 정리하니 만 권에 육박했다.
내 서재인양, 도서관을 즐겼다.
도서실 봉사하며 여기저기에서 하던 도서실 관련 교육을 부지런히도 들으러 다녔었다.
‘딱 기다려!! 책들아 내가 다 제자리로 앉혀줄게.’
족히 몇 개월은 소요 되겠는걸?!
마스크와 장갑 필수다. 막노동 시작이다.
그렇게 시작된 도서실 뒤집기 프로젝트.
먼저 낡은 도서들은 맨 뒤쪽 서가로 옮기고 자리 확보하면서 시작했다.
어찌어찌 부지런히 도서들 자리를 잡아 앉히고 십진분류표대로 정리하고 나니, 두 달 반이 지나 있었다.
개운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뿌듯하고 흐믓한 마음으로 멀찌감치 서서 서가들을 바라본다.
KD고등학교 도서실을 확 뒤집어 정리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인증샷, 한 컷!!
이제 제자리를 찾은 도서들은 빌려갈 친구들을 기다리면 된다.
점심시간에 새로 깨끗하게 꾸며진 도서실로 간간이 학생들이 구경 차 다녀간다.
소문이 퍼졌는지 점점 찾는 친구들이 늘어간다.
간간이 수업 중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유는 묻지 않는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다른 데 안가고 도서실에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싶다.
‘책 속에서 편안히 쉬렴. 책 속에서 편안히 자렴.’ 그 학생들에 대한 내 마음이다.
출출할까 싶어, 심심할까 싶어 초코파이를 나누니 ‘좋아라!’ 한다.
초등학생은 아기 같고, 어르고 달래야 하는 중학생 보다 더 말이 잘 통하고 스스럼없이 얘기 나눌 수 있는 학생들이 기특하다. 그래서 ‘참 좋았다.’고 생각된다.
고등학생이 빌려갈 것 같은 책들을 미리 읽어 두었었다.
-교과서에 실린 책, 관심 있을 것 같은 책, 신경 쓰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등등
또 도서 신청하려고 선별하면서 요약된 내용들을 읽어 둔 터라 어느 정도 기억할 수 있었다. -
고맙게도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학생들도 생겼다.
‘이 책을 이렇고, 저 책을 이런데, 어떤 책 읽어볼래요?’
대충 내용을 간추려 얘기 해 주었더니 놀란다.
“선생님, 여기 있는 책 다 읽었어요?” 하고 묻더니,
한 학생이 “그럼, 전 이거 빌려주세요.” 하니, 하나 둘 대출해 갈 책들을 들고 온다. 하하
새 도서들이 들어오고, 정리하며 또 얼마가 지났을까?!
고3학생들이 수능으로 바빠지고, 방학이 되니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다.
텅 빈 학교, 텅 빈 도서실.
마지막 까지 텅 빈 도서실을 지키며 책만 읽다가 나왔다.
그래도 난 좋았다. 도서실이어서 좋았다.
책 틈바구니에 끼어 있어서 참 좋았다.
그렇게 즐거운 고등학교 도서실에서의 즐거운 날들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