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지금까지 당진살이가 넉넉하다
2021년 1월 12일
자랑스러운 모이토.
당진살이 1년 차. 운동으로는 속이 채워지질 않고 허~ 해져서 찾아 들어갔던 독서동아리는 나와 맞지 않았고, 2년 차에 '독서동아리 리더 양성 과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같이 강의를 들었던 샘들이 종강 후, 계속 모임을 이어가며 배운 것들을 실천해 보자며, 동아리 결성을 원했었다.
회원끼리 네이밍 선발을 했다.
여러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왔지만, 칵테일 모히토를 연상하게 하고 기억하기 좋고 부르기 쉽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회장샘이 만들어 제출한 '모이토(모이자 이야기하자 토론하자)'가 단연 1위다.
독서동아리 모이토가 결성된 지 어느새 12월로 일 년이 되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온전히 모이지는 못했어도 모이토 카페에서 또 줌 화상회의를 통해 논제를 나누며 만남을 이어 왔다. 추진력 있는 회장 샘의 독려와 11명 회원 샘들의 의지로 우리의 첫 이야기와 그동안 읽고 나누었던 책과 우리의 만남을 문집으로 엮어내기로 해서 12월 셋째 주 논제 토론모임 때, 발표도 하며 좋은 시간을 갖기로 계획했다. 이날을 위해 둘째 주 별점 토론 땐 가볍게 나누도록 조금 편한 도서를 선정하는 용의주도한 계획이었다. 기대와 설렘으로 기다리던 모임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되는 우려가 ‘실제 상황이 될까’ 걱정하는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하다.
나는 확연한 나이 차이 때문에, 젊은 엄마들 틈에서 해 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고 또, 논제 제출의 부담을 느끼며 계속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워서 참 많이도 망설이며 두 번째지만 하나뿐인 '내 독서 동아리'로 삼았다. 그냥 조용히 내가 할 것만 하자, 말을 많이 하지 말자, 책을 읽고 나누는 것이 목적이니 그것에 주목하자. 딱! 이 마음이었다.
근데 샘들은 긍정적인 마인드였고 배려와 수용적인 대화로 내 자리를 만드는데 어렵지 않게 해 주었다. 나를 대하면서 너무 어려워하고, 너무 어른 대접했다면 민망해서 서로 많이 불편했을 텐데 나이 좀 많은 친구 대하듯 편하게 대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고, 수월하게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다. 에너제틱한 샘들은 워크숍도, 소모임들도 하지만 그것까진 하지 않았다. 정모만 참석하려고 했다.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여튼 그렇게 일 년을 모이토와 함께 하며 다양한 생각들도 공유하고 나누며 샘들에게서 또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상대 인정하기, 이쁘게 말하기, 상대의 마음을 읽으며 조심스레 말하기, 장점 찾아 말하기, 긍정적으로 말하기 등 딱히 누가 알려줘서라기보다 대화하는 중에 '아~저렇게 말하네?!' 듣고, 느끼고, 반성하며 배우게 된 것들이다. 아마 이런 것들은 서로를 '인정' 하고 '존중'하는 데서 기인하겠다. 속이 꽉 찬, 자신만의 이야기가 알차게 들어있는, 샘들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조금씩 닮아 가는 부분도 있다. 눈에 보이게는 톡 답글에 두 번씩 말하기. 예를 들면 '네네, 그쵸 그쵸, 맞아 맞아' 같은 답글들! 더 확실한 동감과 공감을 표현하는 샘들의 언어를 닮게 되었다.
유아기적인 귀여운 표현 같기도 해서 재밌고, 적극적인 긍정을 표현하는 듯해서 참 좋다.
이렇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모임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당진살이 3개월 차부터 참석하는 -여보가 뚫어 놓은- 내 또래의 운동모임도 스트레스도 날리고 건강도 챙기고 하하 호호 웃을 일도 생기는 좋은 모임이지만 그중에는 '이 나이에도 왜 저러지?', 뭔가 딱히 말하긴 뭐 한데 기분을 무쟈게 나빠지게 하는 희한한 재주를 가진, 껄끄러운 사람이 있어서 늘 신경 쓰인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신경 쓰이게 한단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어디나 있게 마련인데, 앞으로는 모르겠고, 지금까지의 모이토는 예외라 하겠다.
아마도 유연한 사고를 가진, '나'를 돌아볼 줄 아는 이들이 모여서일까?! 여튼 계속 유지하고 싶게 만드는 모임이다. 물론 받아들여져야겠지.
모이토 모임이 코로나19로 미뤄지고 줌으로 해야 하는 상황을 그나마 감사하며 아쉬워하는 모이토의 작금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다. 우리의 소원은 '코로나 백신 내지는 치료제 개발 확정, 코로나 확산 금지, 코로나의 종식, ' 이렇게 온통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의 승리'!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다.
출간된 문집과 샘들이 각자 마련한 선물들과 함께 프리랜서 강사인 회장샘이 직접 전 회원의 집을 돌며 배달해 주었다.
코로나로 백수가 되었다며. 감사 감사
당진살이 만 7년, 모이토와 함께 한 시간 5년.
이젠 회원이 이사하고 또 다른 일로 떠나고 가슴 아프게 다시 올 수 없는 먼 길을 간 샘도 있어서 지금은 남은 회원끼리 잘 이끌어 가고 있다. 해마다 문집도 만든다. 우리의 소원이 이뤄져 코로나로부터 해방되었으니 대면 모임도 하며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든든한 모이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