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발레에서 맞이한 아침 5

공감이 목말랐던 딸

by megameg

시차로 인해 우리나라 시간보다 6시간 늦다.


모두를 깨우려는 듯, 부지런한 수탉은 기개를 자랑이나 하듯, 자기를 알리는 소리가 요란 뻑쩍지끈하다.

우리 시골에서도 이젠 듣기 어려운데.


깨어 잠깐 감사와 평안을 위한 기도를 올려본다.


초저녁에는 웬 동물을 잡는 듯한 소리가 나서 물어보니,

헐~~ 개구리가 자기를 알리는 소리란다. 꾸웩꾸웩꾸웩~ 돼지 멱따는 소리다.

녀석을 아직 보진 못 했지만 아마 덩치도 무지 크지?! 싶다.


어젠 종일 피곤한 몸을 좀 쉬게 하고 오후 5시쯤 동네 한 바퀴 돌고 시장구경을 다녀왔다.

그냥 우리 전통시장과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은 참 순박하고 정이 많은 듯.

내가 편하게 대하니 그들도 참 편하게 대해줬다.

늘 만났던 사람들처럼 맑은 눈으로 인사하고 흥정하고 한 줌씩 한 알씩 덤도 주고.

덤은 사랑이다.


점심은 여기 감자가 맛있다며 장 봐 온 감자를 도우 삼아 건강피자를 만들어줬다.

"엄마는 가만히 있어 내 집이니까 내가 다 할게"

"예쓰, 쉪!! 따까리나 해야죵!" 하하


길거리 '보다보다'(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애용, 택시처럼 돈 내고 타고 다닌단다.)

기사님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알은체 한다.

짓 굳은 남자들의 말장난에, 몸짓에 혼자라면 좀 겁이 날 듯하다.

이런 것을 혼자 다 견뎌내며, 이젠 무시할 수 있다고 말하는 딸이 안쓰럽고 대견하다.

엄마 피곤해 보인다며, 조용하고 한가로워 피곤할 때 쉬어 갈 수 있는 곳, 인터넷을 맘대로 쓸 수 있는 곳, 그래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카페 엔디로(Endiro)로 데려갔다.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함과 과하지 않게 달콤한 아이스쵸코가 너~무 맛있어서 피곤이 화악 풀리는 듯했다.


음발레 까지 오는 동안, 또 동네를 구경하는 동안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계속 떠올랐다.

과연 문명과 발전이라는 것이 자급자족으로 만족하며 잘 살고 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필요 불가결한 건지, 과도기적 현상을 극복해 내야 하는 건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생각들을 나누고 공감하며 눈물도 찔끔거렸다.


또 인간관계에 있어서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나를 내려놓고, 강강 약약을 해야 문제없이 소통도 원활하게 된다는 얘기도 하며 참 귀한 시간을 보냈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현지 친구들도 만들어서 잘 지내고 있지만, 그중에도 얍삽한 사람들이 보인 모양이다.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 뭐 뜯어내려는 사람들은 단박에 눈에 보인단다.

화도 나지만 화를 내면 '내가 지는 것 같아' 덤덤하게 대처해야 된단다.

그래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단다.


이렇게 얘기가 하고 싶고 공감을 하고 싶어서 엄마를 그렇게 오라고 한 거라며 눈물이 그렁그렁이다.

정말 감성 나눔이 그리웠나 보다. 안쓰러웠다.

그래 그래~ 엄마가 정말 잘 온 것 같아~

오라고 해 줘서 고마워~

우리 딸~


장에서 순박한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도 하며 구입한 채소와 과일들. 장바구니도 나와 같이 해외 나들이~ㅋㅋ 하연이 단골 그린샾에서 2천 원에 윗옷 하나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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