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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먹다 1

행복한 봄나물

by megameg

봄을 먹다. 1

봄보로 봄봄 봄봄

봄보로 봄봄봄

햐!! 봄이다.


여기저기 봄꽃들이 아우성이다.

이즈음이면 딸이 학교에 벚꽃 다 폈다고 꽃놀이 오라고 보챘었는데.

당진은 이상하게 아래 지방인데도 좀 늦는 듯하다. 바닷바람이 있어서 그런가?!


한의원 다녀오는 정류장에

어르신들이 봄나물을 깨끗이 다듬어 소담 소담 담아놓고 팔고 계신다.

쑥, 냉이, 원추리, 고돌백이, 머위 등 이름도 잘 모르는 것들도 있다.

냉이를 사고 싶어 여쭤봤더니 이제 너무 쇄서 못 파신단다.

지난주에 살걸. 에이. 쯧쯧


풀떼기들의 쌉싸름한 맛도 참 다양하다.

씀바귀의 쓴맛, 고돌빼기의 쓴맛, 머위의 쓴맛, 여보는 잘 자시는데 나는 너무 써서 입에도 못 대는 지친개(?)의 쓴맛, 방가지똥의 쓴맛 등등 이름도 생소한 풀떼기들의 다 다른, 나름의 쓴맛들로 입맛 떨어지는 환절기, 우리의 입맛을 돋워준다.


와! 머위다. 쌉싸름한 머위도 참 맛난데.

머위 데쳐서 강된장이랑 싸 먹으면 와우!! 절로 침이 고이네.

야무지게, 맛나게 먹을 생각을 하며, 머위를 한 그릇 2천 원에 파신다고 하시길래

"5천 원어치 주세요" 했더니, 헉! 무쟈게 담으신다.

"너무 많아요." 했더니 "저번에도 샀쟈녀!?" 고마워서 그런다며 계속 담으셨다.

많은 사람들이 사갔을 텐데 난 할머니의 얼굴을 기억 못 하는데 그분은 나를 기억하시나 보다.

감사.


우리 엄니도 저리 하시겠지?!

저분들을 보면 우리 엄니 생각이 많이 난다.

시래기도 깨끗이 말리시고, 나물도 깨끗이 다듬으시고, 뭐든 사는 사람들 기분 좋으라고

깨끗이 손질해서 파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옆에 계신 다른 분들보다 빨리 파신다고 자랑하신다.

당신 들고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들고 장에 가신다.

그래서 봄이 되면 우리 엄니는 참 바쁘시다.

심심풀이 소일거리로 삼으시고, 친구들도 만나시고, 사람 구경도

할 겸 따뜻해진 요즘, 우리 엄니도 서천장, 어디쯤 자리하고 계시겠지.

.

한평생을 농사지으며 고생하셔서 굽은 허리를 이제 쉬실 만도 한데,

그냥,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낙이신가 보다. 자식들 걱정은 그냥 걱정일 뿐.

그래서 더 맘이 가고, 안쓰럽고 애틋해진다.


사 들고 온 머위를 살짝 데쳐내고, 엄니가 주신 들기름, 마늘 넣고 소금으로 간해서 또 살짝 볶으면 무쟈게 맛나다. 쌉싸름한 머위와 들기름의 고소함이 봄철 입맛을 화~악 돋워준다.

시집와서 처음 먹어본 우리 엄니 머위 나물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있다.

그렇게 어언 30여 년. 이제 엄니 맛과 비스무리 만들어 내게 되었나 보다.

여보가 맛나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 텃밭에, 시골집 담벼락 밑에서 가져다 옮겨 심은 머위는 언제쯤 먹을 수 있으려는지.

양도 너무 적고, 자라서 퍼지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

허리는 아파도 힘내서 맛나게 해 먹는다.


머위는 이름도 많다.

멍우, 머우, 머위, 멍에 지방마다 다르게 부르나 보다.

그중에 표준말은 ‘머위’란다.

맛난 머위야 고마워!

입맛으로도 봄을 느끼게 해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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