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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청년을 만나다.

자기 삶을 가꾸는 청년

by megameg

멋진 호석청년


평안~!!

반듯한 청년을 만났다.

시이종 사촌 조카.

관계가 참 멀다.

이런저런 일로 한 시간여 호석청년의 차를 얻어 타고 이동하는 중에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맑고 경쾌한 목소리로 얘기도 참 잘 받아 주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바둑에 빠져서 아빠가 운영하시는 카센터에서, 보는 어른들마다 붙잡고 바둑을 두었다는 호석청년이다.

이제는 어느새 훌쩍, 장년의 나이에 가깝다.


어릴 적 좋아했던 것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지금까지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바둑으로 대학 가고, 대학원 갔단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바둑 교육으로 석사를 딴 후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단다.

바둑 전공 대학, 대학원에선 뭘 배우는지 궁금했다.

바둑의 수를 배우는 과목으로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이미 바둑을 잘 두는 아이들이 오기 때문에 바둑경영, 바둑교육, 바둑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운영법 등 참으로 다양하게 배운다고 했다.

그리고 바둑을 하는 아이들은 공부와는 상관없이 바둑만 두었기 때문에 바둑 영어를 비롯해서 많은 교양 과목도 배운다고 했다.


본인도 공부를 너무 싫어해서 바둑만 두었더니 영어가 안 돼서 외국에 대회 나가서 많은 불편을 겪고 창피를 당해서 필요에 의해서 어학연수를 다녀왔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많이 배우고 왔다고 만족해한다.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했으니 얼마나 열심히 했겠는가.

바둑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할 듯하고, 공부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공부를 싫어한다고 해서 의아했다.

그래도 공부랑 바둑은 다르단다.

바둑 둘 때 자기 모습과 평소의 자기 모습은 완전히 달라서 교수님께서도 자기가 바둑학과 전공으로 들어온 것이 바둑학과에서 3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라고까지 말씀하신단다.

호석청년은 축구를 좋아하고, 등산을 좋아하고, 친구들 만나는 걸 좋아하고, 밝고 쾌활한 성격이고, 바둑이랑은 안 어울리는 듯 보이지만, 바둑이 너무 재미있었고, 다른 아이들에게 지는 것이 싫어서 진짜 열심히 바둑을 두었다고 했다.


뭔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잘하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덤벼 애쓰고 수고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니, 그 애쓰고 수고하는 것까지 신나서 했을 듯하다.

갱(우리 아들)이 영어 잘하는 것에 대해 정말 부러웠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했다.

갱도 역시 영어가 좋아서 그렇게 열심히 했을 것이라고,

호석청년이 바둑을 좋아해서 그렇게 열심히 했고,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다 다르니 누가 더 좋고 나쁘고 비교할 수 없이 다 귀하고 대단한 것이지 않냐고 말해주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듯하니 말이다.

감사하게도 우리 갱이 그랬고, 하연이가 그랬고, 호석청년이 그랬고, 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신나게 하는 모든 아이들이 그럴 것이다.


생각 굳히기.

어렸을 때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할 수 있으면 빨리 찾아서 그 아이의 앞길을 조금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누구나 공부에 목숨 걸고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기질과 성향은 다 다르므로,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나중에라도 필요에 의한 공부는 더 값지고, 보람 있고, 효율성도 좋고, 자신감도 더 갖게 되고, 자존감도 더 커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막 피어오르는 파릇파릇 새싹들이 잘 자라 푸른빛을 더해 가고, 대지의 맑은 물 잔뜩 머금고 싱그럽게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열매 맺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우리 어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지 않을까 싶다.

하나님의 영광 위해, 하늘나라 일에 아름답게 쓰임 받을 수 있도록.

반듯하게 잘 자란 청년과의 대화하는 내내 기분이 참 좋았고 신났었다.

‘즐거웠고, 태워다 줘서 고맙고, 만나서 참 반가웠어요. 또 봐요.’ 인사하고 내렸다.

피곤한 오후 시간이었지만

호석 청년의 밝은 기운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해서

정말 기분이 상쾌했다.


호석청년은 또 열심히 살겠지.

“편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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