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좀 하고 살자
오래전 일이다.
지난 글들을 읽다가 급 화가 났다.
이젠 우리도 이사한 지 한참 되어서 그곳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속상하다.
나는 살면서, 내 생각만으로 행동해서 옆 사람들을 기막히게 한 일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또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넓히며 살아야 할 것이다.
뭐랄까???
오직 자기만 생각하고 주위는 돌아보지 않는 무개념 인간을 만났다.
아래층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왔다.
두 아들을 둔 단란한 가족인 듯, 우리 아이들과 비슷할 것 같은
그래서 관심이 간 이웃이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사라졌던 바퀴벌레가 하나씩 나타났다.
'다시 전체 바퀴약을 하자'고 해야 되겠는데 생각하며 내려왔다.
헐! 이런!!
아래층 현관문에 "바퀴벌레 연막탄 사용 중" 이란 쪽지가 붙어있었다.
다 같이 해야지 자기네만 하면 그 바퀴가 다른 집으로 가는 걸 모르는 거야 뭐야!
참 기가 막혔다. 단독 주택에만 살아보셨나?!
왜 공동주택 생활을 그렇게도 모르시는지요?!
확! 짜증이 났다.
헉! 이건 또 뭐야!
그 집 남편이 담쟁이넝쿨을 다 뜯고 있었다.
뜨거운 오후 햇볕 차단해 주고 앞집 창으로부터의 시선을 막아주고 보기에도 아주 풍성하게 잘 자라서 볼 때마다 참 행복했었는데, 넝쿨이 뜯긴 지금은 완전 벌건 벽돌이 다 들어 나고, 남겨진 넝쿨이 시들어 지저분하게 남아 있다.
너무 메말라 보이고, 추레해 보이고, 말 그대로 싼티가 줄 줄이다. 그냥 벽돌건물.
그나마 벽돌 건물이라 좀 나으려나?! 그래도 그건 아니다.
하아~~
담쟁이넝쿨이 있을 땐 그래도, 다른 빌라들과 다르게, 초록들 덕분에 보는 눈 시원했고,
풍요로워 보였고, 좀 여유로워 보였고, 이국적이기도 했고, 더운 날은 더 시원해 보였고, 실제로 실내 온도가 좀 내려가는 것 같았고, 또 비 오는 날은 비가 들이치지 않게 막아주기도 했고, 지날 때면 감성이 솟아나는 듯했고, 잘 자라 있는 것을 볼 때마다 행복했었고, 도움을 많이 받아서,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데, 왜?? 왜???
처음엔 어~ 건물이 뭐가 이상하다 했더니 세상에, 이미 다 뜯겨 있었다.
볼수록, 생각할수록 화가 치민다.
공동주택에 새로 이사 오면서, 이웃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자기네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가 안 된다.
모르겠으면 소통을 해서 알아야 되지 않는가 말이다.
토요일 오후 운동 가면서 잠깐 마주치게 되어서 이야기를 했다.
담쟁이넝쿨의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 미리 의논을 하고, 뜯던지 그랬냐고 물어보았더니 건물이 금이 가서 무너진다나 뭐라나!
헐!! 그럼 외국의 고성들은? 고려대학교 건물은 이미 다 무너져 내렸어야 되는 거 아닌가 말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었다.
또 방이 어둡고 벌레가 들어온다나 뭐라나! 살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안다고!
개미가 가끔 아주 가끔 들어오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도 아닌 아주 가끔이다.
그것으로 인해 방이 어둡지 않다고, 잘 자라서 잎과 잎 사이가 10센티 이상 떨어져 있어서 전혀 어둡지 않다고, 비도 막아주고 뜨거운 햇볕도 막아주는데, 너무 아깝고 아쉽다고, 그것이 저만큼 자라려면 또 몇 년을 기다려야 되는 줄 아냐고, 너무 속상하다고.
뜯으려면 자기네 창이나 뜯어내지 밑에서부터 완전 다 뜯어낼 건 무언가 말이다.
뭐 이제 이미 다 뜯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여보는 그만하라고 말류 하지만 저 사람들도 알아야지!
이런저런 일로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하기 싫어하는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속상하고 안타깝고 아쉽고 너무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 거라고 너무 화도 나고 억울해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통탄을 하며 말을 쏟아냈다.
말을 다 듣고는 그래도 좀 미안했는지, 이해가 됐는지 궁색한 변명을 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그를, 그 바퀴벌레 연막탄 사건의 와이프가 와서 날 째려보며 자기 남편을 끌고 갔다.
헐!! 왜 째려보시나요? 내가 없는 말 한 것도 아닌데.
기가 막혔다.
이것도 참고 있어야 했나?! 하아!!!
한 번 살아보세요! 그 담쟁이넝쿨이 있었으면 얼마나 고마울지 알게 될 겁니다.
이젠 비가 방 안으로 들이치고, 한 여름 뜨거운 햇볕이 사정없이 들어와서 방안이 얼마나 더워지는지 한 번 느껴보시라고요.
어우~
너무 속상하다.
들어가며 나가며 담쟁이넝쿨이 뜯겨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맘이 확 상한다.
지인들이 묻는다.
“그 좋은 담쟁이넝쿨 왜 뜯었어요?”
하아~~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도 다 한 마디씩 한다.
“아이고~ 멋진 담쟁이넝쿨 너무 아깝네!!”
아깝죠~ 아깝고 말고요~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