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사랑해준 사람.

by 훈연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 남자.

그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머리로는 알면서,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어서

여러번 부정하고.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힘내라는 말을 하면서..

시간을 끌고 아빠를 힘들게 한 건 아닐까


아빠는 이미 온 몸으로 최선을 다해 버티고 계셨다.

한번 일어나 앉는 것만으로 100미터 달리기를 한 것처럼 헐떡이셨다.

숨이 너무 가빠 식사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나는 아빠를 보내드렸다.


그래도 누워 계시면 좀 나으니까.

아빠에게 귀여운 손주들의 사진을 보여드리고,

오늘 있었던 웃긴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몇십년전 추억을 조잘거리며,

그렇게 아빠의 미소를 보고..

아빠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아빠의 손을 잡으면서..

나는 아빠를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아빠는 나를 보면 웃으셨고, 숨이 차면서도 대화를 이어나가셨다.

내가 올 때 제일 컨디션이 좋다고

밥도 여러 숟갈 드셨다.


한평생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최선을 다했던 아빠.

다리가 저리다는 엄마의 종아리와 발을 매일 밤 주물러 주셨으면서도

아파서 누워있는 당신의 발을 주무르는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아빠.

우리를 키우느라 늙고 병드셨음에도

기껏해야 며칠간 병원을 드나드는 우리에게 힘들어서 어떡하냐는 아빠.


아빠.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고 감사해요.

아빠. 철없을 때 아빠를 속상하게 했던 저를 용서하세요.

아빠, 다시는 따뜻하고 큰 아빠의 손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지만

아빠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괴롭지 않다면

그것만으로 저는 아빠를 편히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좀 더 제 곁에 오래오래 계셔 주시길 바랬지만,

이제는 아쉬움은 접고

아빠를 편히 보내드릴게요.

세상에서 저를 가장 사랑해준 사람.

누구보다 공주처럼 위해준 사람.

아빠 덕분에 제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다 말했죠.

아빠 딸로 태어나서 너무 좋았어요. 사랑해요. 아빠..




수요일 연재
이전 19화“느 집에 이거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