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쌓인 아빠차.

by 훈연

아빠 차는 항상 깨끗했다.


번쩍번쩍 빛이 나진 않아도 언제나 주기적으로 세차를 하셨고, 누가 봐도 관리가 잘 된 차였다.

실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먼지 한 톨 없이 말끔했고, 차 안에는 늘 깨끗한 냄새가 났다.
아빠 차를 타면 언제나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달랐다.
운전이 서툴다는 핑계로 세차는 늘 남에게 맡겼고,

실내에는 먹다 남은 커피와 과자 봉지, 그 부스러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빠의 증세가 악화된 지 벌써 4달이 지났다.
늘 새 차 같던 아빠의 차는 먼지가 하얗게 내려앉은 채 주차장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차 따위는 신경 쓸 수 없었다.

아빠의 상태가 조금 나아진 뒤에야 차를 보러 갔고,

방전된 배터리를 갈기 위해 20만 원을 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빠가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수리기사는 가끔은 시동을 걸어주고,

되도록 주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 차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 말은 지키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그저 배터리가 다시 나가지 않을 정도로만 간신히 시동을 걸며, 아빠 차의 숨통만 붙여 두었다.

그 사이 아빠는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입원을 반복하며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셨다.


가족이 아프면 삶은 멈춘다.
그래도 살아내야 해서 밥을 먹고 일을 하지만,

내 안은 늘 걱정과 불안에 잠겨 있었다.

무엇보다 아빠는 많이 약해지셨다.
정정하던 사람이 어느새 작고 힘없는,

눈물이 많은 노인이 되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
의식이 뚜렷해 설명을 다 듣게 했다는 이야기들,
그 모든 시간이 아빠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만 같았다.


어렵게 퇴원한 아빠를 보다가 문득 아빠 차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시동 건 게 언제였지.’

차키를 챙겨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아빠 차는, 잘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아빠는 이제 다시 운전대를 잡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 차를 저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시동을 걸고, 먼지로 뿌옇게 덮인 전면 유리를 와이퍼로 닦아냈다.
조심스럽게 엑셀을 밟아 주차장을 돌고,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아빠가 얼마나 자주 나를 태워주셨던가.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할 건 무엇인지 알려주신 것도 아빠다.

딸이 커서는 손주들을 태우며 더 행복해하시던 사람.

이제는, 그 차를 탈 수 없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쓴 아빠의 차.
아빠가 보셨다면 얼마나 놀라셨을까.

숨통만 붙여 놓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대충 관리했던 나를 탓하며
나는 서둘러 먼지털이를 찾았다.

아무도 찾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쌓여 가던 먼지를 받아내며 묵묵히 있던 아빠차.

그 모습이 꼭, 병실에 홀로 누워
조용히 늙어가던 아빠와 겹쳐 보였다.

운전하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수요일 연재
이전 17화가지 않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