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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구마구 Dec 02. 2023

나 한국인이 될래! 아이러브코리아

묘한 인종차별, 코리아부와 옐로피버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 여자로 외국에 나가려니 인종차별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여 년 전, 가족과 홍콩에 갔을 때 우리를 향해 눈을 찢었던 홍콩 여행객들이 아직도 기억나니까요. 그 당시 기분이 나빴다기보다 신기했습니다.

‘이게 실존하는구나. 나도 인종차별을 경험했구나..‘ 이런 느낌이었달까요.



앞서 다루었듯이 미국은 워낙에 다양한 인종이 함께하고, 현재는 인종차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 사실 자극적인 차별은 없습니다. 식당에 가도 음식이 제때 나오고, 그 누구도 제 앞에서 눈을 찢는 시늉을 하지 않습니다.



20년 전에 방영되었던 미드를 최근 즐겨보고 있는데, 한국이 굉장히 촌스럽게 묘사되더라고요.

결혼식 날에 서로의 얼굴을 처음 보는 부부, 한국은 미국인이 아이를 입양하는 나라일 뿐이라는 말, 지나치게 보수적인 한국인 부모 등등 마치 불쾌한 골짜기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좀 다릅니다. 뭔가 묘하달까요?

대놓고 하는 인종차별은 많이 사라졌고, 한국의 대중문화는 칭송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코리아부’에 대해 들어보셨을까요?


코리아부(Koreaboo)는 서구권에서 한국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한국(인)을 숭배하면서, 어설프게 한국인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이다. 혹은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코리아부라고 자칭하기도 한다. (출처 : 나무위키)


케이팝, 케이드라마의 흥행으로 비롯된 코리아부.

그들은 순수하게 우리 문화와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한국을 좋아한다는데, 그게 뭐가 나빠? 라든지, 코리아부랑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구분해?"라는 등의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광적'으로 대중문화만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그려낸 환상 속의 한국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표면만 바라보고, 내실은 하나도 모른 채 그 겉을 찬양하는 것이죠.



코리아부 중에서는 케이팝 팬들이 많은데, 그들은 연예인들이 뭘 해도 괜찮다는 마인드입니다.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속 몇 천 개의 댓글을 보다 보면, 그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과 전혀 관계없이 I love you~, 너만을 사랑해~ 이런 댓글을 쉽게 볼 수 있죠.



또한 그들은 한국인에 대한 환상도 있습니다. 제가 만난 코리아부는 제 외모에 대한 과한 칭찬을 했습니다. 저의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를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난 네 검은 머리와 눈동자가 너무 갖고 싶어!! 너~무 예쁘다!! 난 내 밝은 머리색이 싫어”라고 소리치는 친구도 있었고,



심지어 캠퍼스를 걷다 어떤 친구가 말을 걸더라고요.

“너 한국인이야?” “응 나 한국인이야”라고 하니 “너 나랑 친구 할래?? 응? 친구 하자! 나 케이팝 사랑해 “ 라며 막무가내로 대화를 시도하더라고요. 길가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이 케이팝을 좋아하고 제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그 상황이 제게는 조금 이상했습니다.






사실 적대적인 시선을 예상하고 해외에 나갔는데 호의적인 태도가 돌아온다면 굉장히 기쁩니다.


그러나 그들의 호의가 오로지 케이팝과 케이드라마 등의 대중문화에 초점이 맞춰있다면 어떨까요? 자신이 한국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불닭볶음면을 얼마나 잘 먹는지 자랑하기 위함이라면요? 일상 공유를 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진짜 친구가 아니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좀 더 확실히 감이 잡힐 것입니다.

만약 어떤 한국인이, 갑자기 미국 국기를 방에 걸어놓고 I love America 포스터 세장을 붙여놓으며, 외래어를 발음할 때 과한 발음을 사용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게다가 외식이라도 하려고 하면 무조건 피자와 햄버거를 먹고(사실 피자는 이탈리아 것이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미국인처럼 보이는 거면 뭐든 상관없죠.)

라면을 먹을 때에도 포크만을 고집하며,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친구를 촌스럽다고 생각하고 팝송을 듣는 자신에 심취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상상만 해도 “미친 건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이건 단순히 미국의 음악을 즐기고, 미국의 문화를 올바르게 소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형태로 한국문화를 소비하는 외국인이 바로 코리아부입니다.



외국에 나갔을 때, 이런 친구를 사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사실 미리 걱정할 필욘 없습니다. 만나보면 대충 감이 옵니다. 앞의 예시를 현실에서 마주한다고 생각해 보면 느낌이 안 올 수가 없겠죠? ㅎㅎ 자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자국민으로서의 자부심도 있으면서 케이팝을 좋아하고 한국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걸 넘어서면 문제가 되는 거겠죠.






사실 진짜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코리아부는 눈살이 좀 찌푸려지지만 우리 일상에 큰 지장을 주진 않으니까요.



‘옐로피버’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이건 또 하나의 묘한 차별입니다. 아마 코리아부보다 이 단어가 더 친숙할 것 같습니다.



‘옐로피버’는 아시아 여자들에 대한 페티쉬입니다. 그들은 아시아 여자들에게

“얌전하다, 순종적이다, 날씬하다, 피부가 좋다, 똑똑하지만 잘난 체하지 않는다, 한 남자만 지고지순하게 사랑하고 가족 중심적이다 “등등의 프레임을 씌우고, 아시아 여자를 원합니다.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주면 본인에게 상냥하게 대해줄 거라는 그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죠.



여기서도 "그냥 아시아 여자가 취향일 수도 있잖아, 다들 본인만의 취향이 있듯이 인종이 하나의 취향이 되는 게 문제야?"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선호라는 것입니다.



선호가 아니라 그 틀 안에 있는 자신들의 환상을 쫓고, 동양 여성이 그것에 맞췄으면 하는 거죠. 그리고 애초에 어떤 특정 인종이 취향이 될 수 있는 게 웃기지 않나요? ‘키가 큰 사람’, ‘피부가 하얀 사람’, ‘재밌는 사람’, ‘성격이 유한사람’, ’ 눈이 큰 사람‘ 이런 취향들에는 구체성이 있고, 특징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시아 여성'이라는 어마무시하게 광범위한 카테고리에 대체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어떤 구체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국인이라서 좋아하는 건 옳지 않죠.



그들은 우리에게 “너는 서양여자와 달라!”라고 말하지만, 미안한데 나는 "서양의 어떤 여자와 다르고, 마찬가지로 동양의 어떤 여자와도 달라 “

그건 당연한 거 아니겠니? 사람은 모두 다르고, 그건 인종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란다^^






이렇게 위험을 안고 살다 보면 가끔 제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asy한 사람으로 비춰지기 싫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일상의 모든 기회에 있어 망설임이 존재하죠. 그리고 그럴 때 저는 제가 이곳에서 철저한 약자구나를 느낍니다.



차라리 제 앞에서 눈을 찢고 음식 메뉴판을 안주는 등 대놓고 차별을 하면 가운데 손가락을 얼굴에 날리고, 욕 한번 시원하게~ 하고 넘기겠는데, 시작은 호의였다가 그 호의가 뒤틀린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기분이 더 나쁩니다.



웃는 얼굴인 줄 알았던 것이 그저 가면이었을 때, 그 가면뒤의 얼굴을 보는 건 참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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