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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구마구 Dec 06. 2023

미국과 종교, 그 깊은 인연에 대해 파헤쳐보자

무교가 보는 미국의 기독교, 그리고 공동체 


무교인 제가 종교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미국을 다룰 때 종교를 빼놓고 논할 수 없어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방금 밝혔듯이 무교이고, 한국에서 기독교를 떠올렸을 땐 '별생각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살짝 거부감이 드는 정도'였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기독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기독교에서 파생된 자극적인 사건들이 뉴스를 도배하고, 종교의 순기능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죠. 확실히 한국은 종교가 중심이 되는 국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저는 모든 곳에서 기독교를 은은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 동아리가 딱 하나 있었던 제 한국 대학과는 다르게 이곳 미국 학교에서는 바이블 스터디 전단지를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기독교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교회들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그저 일상을 살아가다 문득 미국의 기독교 문화가 궁금해졌습니다. 



"미국은 대체 왜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으며, 종교친화적일까?"




미국은 약 65%가 기독교 인구이고, 무교가 약 25% 정도를 차지합니다. 즉, 종교인이 비종교인을 압도합니다. 무교 비율이 절반이 넘는 대한민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수치상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민자의 출신 구성이 다양화되면서 다른 종교의 신자 수가 증가하고 기독교의 신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죠. 



미국이 이토록 많은 기독교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종교친화적인 이유는 역사로부터 비롯됩니다. 미국은 개척부터 종교 중심이었습니다.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가 '지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자 해서 세운 것이 미국이라고 합니다. 물론 산업화를 거치며 종교의 위치는 약화되었지만, 종교적인 믿음이 미국의 뿌리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기독교가 뿌리를 내리고,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그 뿌리가 썩지 않고 강하게 자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앞선 시리즈에서 다루었듯이 미국은 굉장히 넓고 공허합니다

넓은 땅만큼 서로 간의 거리가 멀어 쉽게 외로워지고, 공동체를 강력히 필요로 하죠.



저는 미국에서의 교회란 종교적 역할 그 이상으로, 네트워크의 역할을 해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에서의 종교도 공동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지만, 미국에서의 종교는 거의 유일한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한국이 혈연, 지연, 학연 등 다양한 곳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면 미국은 외곽으로 나올수록 대학 졸업 이후 소속될 공동체를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워낙 땅이 넓다 보니 저마다 각자의 삶을 각자의 장소에서 꾸리기 때문이죠. 



종교라는 강력한 공동체는 이들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가져다줍니다. 모두가 같은 취미를 가질 필요도, 무언가를 잘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매주 일요일 정해진 만남, 음식, 각종 정보가 있는 교회에 가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죠. 



결국 미국은 뿌리에 종교가 강력히 녹아있고, 공동체라는 강력한 동기 아래 많은 가지를 키워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칙필레입니다


미국의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칙필레'는 일요일이면 문을 닫습니다. 초대 창업자가 독실한 기독교신자라고 하네요. 일요일 영업을 포기하면서 연간 1조 원으로 예상되는 매출을 포기해야 했지만, 동시에 미국에서는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어 지금의 유명세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제가 느낀 미국에서 칙필레의 위상은 맥도날드, 버거킹 그 이상입니다. 



과장 하나 없이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10명 중 7명은 칙필레를 먹고 있고, 점심시간 학교에서 칙필레를 먹으려면 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브랜드가 해외 진출에 실패한 이유는 강한 종교색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국 진출을 시도했다가 LGBT 지지 단체의 강한 반대에 밀려 철수했다고 하죠. 



한국에서 일요일마다 종교적 이유로 전국의 모든 김밥천국 지점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강력한 셀링포인트가 될까요? 만약 그리된다면 김밥천국은 상당한 매출감소와 사람들의 반감만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예상됩니다. 칙필레의 케이스를 비추어보아 이미 미국의 일상 속에 기독교는 녹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미국 한인사회에서 기독교는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미국에서 한인으로 산다는 것은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기독교는 그 주변인으로서의 느낌을 조금씩 완화해 줍니다. 기독교는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과 같은 신앙을 공유함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고, 동시에 한인공동체를 꾸릴 수 있게 하면서 한인과의 연결될 수 있게 해 준다고 합니다. 즉 타국에서의 적응을 돕는 동시에, 모국인, 문화와도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주 후 미국사회의 적응을 위해 교회를 다닐만큼 한인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은 큽니다. 현재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고, 한인들의 수도 많아지면서 한인교회의 역할이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재미한인 사회와 교회는 형성 당시부터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한국이민사의 시초인, 조선말부터 교회는 의료와 교육 측면에서 한인들이 미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입양아들이나 유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고, 음식을 제공하는 등 한인사회의 확장에 큰 기여를 했으며, 현재에도 한인 교회는 만남의 장소이자,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죠.



이러한 역사적 흐름의 사실을 떠나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다 보면 교회의 존재를 느끼기 마련입니다. 저도 교회에서 나눠주셨던 김치, 3개월 만에 먹었던 비빔밥을 아마 저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비빔밥을 먹으며 저는 종교에 대한 경계심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습니다. '아 포교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했지요. '이것이 종교의 순기능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달까요. 



저는 여전히 무교이긴 합니다만, 종교에 대한 막연한 경계와 의심, 알 수 없는 찜찜함은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것이 기독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에 대해서 말입니다. 



인간사를 논할 때 종교를 빼고 논할 수 없듯이 종교는 세상을 만들었고, 여전히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있습니다. 과학이 발전되고, 세상의 많은 것을 논리에 따라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종교의 역할은 많이 줄었습니다만 여전히 세상의 많은 곳의 종교가 녹아있음을 느낍니다. 어딘가에선 사람을 살리고 있고, 어딘가에선 사랑을 나눠주고, 어딘가에선 사람을 해치고 있죠. 



종교는 날카로운 칼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칼은 우리 삶의 꼭 필요한 도구가 될 수도, 사람을 해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요. 그 칼을 누가 쥐느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종교에 관심을 둔 적이 없어 종교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해왔고, 하는 중인지 생각해 본 적 조차 없었습니다. 미국에 와서 세계의 근대사를 공부하며 모든 챕터에서 종교가 언급됨에 놀랐고, 생활 속에도 종교가 이렇게나 깊게 들어와 있음에 놀랐습니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매혹하기에도, 다치게 하는 데에도 종교만 한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 



부디 한국에서도 종교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길, 더 이상의 논쟁은 없길, 그리고 모든 종교가 각자의 자유를 보장받길 바랍니다.







출처 :김춘수. "재미한인 형성 과정에 미치는 종교의 역할 변화에 관한 연구." 국내박사학위논문 대구가톨릭대학교, 2020. 경상북도




같이 보면 좋을 제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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