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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개월 Aug 09. 2022

6. 드디어 철거 공사 시작! 가슴은 철렁!

진짜 견적은 뜯어본 다음에 나온다

공사 기간 중 잠시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월세집에서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쾅쿵쾅!

깡깡깡깡!

쾅쾅쾅쾅!


뭐야... 어디서 공사하나?

아! 우리 집 공사하는 소리구나!!


그렇다 바로 오늘부터 한옥집 철거 작업이 들어가는 날이었다.

주변 이웃들이 공사로 인해 발생할 짜증과 분노를 과일 꾸러미로

미리 달콤하게 식혀드리는 작업을 끝내고

얼른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우리 한옥집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서까래가 제발 높게 솟아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한옥집 공사를 진행하면서 결정해야 될 것들이 생각보다 너무나 많았다.

타일은 어떤 타입 어떤 색상으로 할지

수전은 어떤 스타일로 할지

조명은 어떻게 넣을지

콘센트는 몇 개나 할지

벽 마감은 어떤 텍스쳐로 할지

나무 도장은 어떤 톤으로 할지


하지만 그 중 가장 시급한 결정은 바로 집 구조 설계였다.

다른 것들은 공사가 진행되면서 차차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집 구조는 일단 한 번 틀을 잡아놓으면 도중에 변경하는 것에 큰 리스크와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까래의 층고는 구조 설계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을 만큼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현장에는 지랩 대표님이 벌써 도착해 철거된 천장 위로 드러난 서까래를 보고 계셨다.

무척이나 곤란한 표정으로...


"음... 생각했던 것보다 층고가 많이 낮네요..."

"헉... 그럼 다락 올리는 건 안 되는 건가요?"

"바닥을 최대한으로 낮추면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대신 다락 아래 책상 공간의 높이가 좀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겠네요... 175cm 정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170 초반의 아담하고 귀여운 내 키가 이때만큼 고마운 순간이 또 있었을까 싶다.


허리가 꼿꼿한 선비 같은 자세로 지나가면 머리가 닿지만 살짝 나사 풀린 미국의 뒷골목 흑인 래퍼 자세로

그루브를 타고 지나가면 스무스하게 생활할 수 있는 나의 신장, 장하다!


어렸을 때 조금만 더 우유를 성실히 먹고 5cm라도 더 컸으면 아주 곤란할 뻔했네...

하하하 정말 다행이다... 정말로... 하하...


혹시 아내는? 걱정 마시길

아내는 이런 아담한 내 품에도 아담하게 안길 사이즈니 말이다.


그렇게 아담한 부부가 살게 될 아담한 한옥집 공사는 설계 수정 없이

무사히 시작될 수 있게 되었다.


막상 철거해보니 예상은 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지구의 중력과 흰개미 군단, 장마와 싸워 온 나무 기둥 장군들과 서까래 용사들의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그 중 다행히 간단한 치료면 회복될 경상에 그친 환자들도 있었지만 회생 불가로 썩을 데로 썩어 완전히 새로 교체해야 하는 중상 환자도 발견되었다.


철거 후에 발견되는 뼈대 보강 작업은 사전에 공사비로 측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추가 공사비로 지출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뼈대 보강 작업을 안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야말로 뼈대인데!

공사비 아깝다고 유리 뼈대에 집을 올렸다가 우리 부부의 인생까지 유리처럼 와장창 깨질 것 같아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보강 작업을 요청했다.

덕분에 우리의 통장은 출혈을 동반한 경상을 입게 되었지만...


우리 부부의 키만큼 아담했던 서까래의 아담한 층고

나무 기둥 장군들과 서까래 용사들의 가슴 아픈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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