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지안 Nov 21. 2022

선생님 저희 애 혹시 담배 피우나요?

“선생님 저희 애 혹시 담배 피우나요?”


엄마의 직감은 무섭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사실 중학교 때도 담배를 피운 적이 있어요.”


“어머니, 사실대로 진작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주객이 바뀐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이의 허물을 부모에게 숨기는 교사라니. 부모님께 아이의 방황을 숨기고, 내 선에서 처리하고 싶었던 것이 어쩌면 월권이 아닌가 순간 후회도 되었다.


아이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에둘러 아이에게 돌아올 것을 종용했었다. 아이 얼굴을 응시하며 ‘OO아 선생님 묻지 않고 기다리마. 제자리로 돌아와라.’ 암시만 주었다. 그 암시를 눈치챌 수 있는 아이니 너랑 내가 마주 앉아 ‘너의 잘못을 초정밀 카메라로 들여다보듯 낱낱이 살펴보자.’ 하는 시간을 갖고 싶지가 않았다. 내 직감으로 마음에 양심이 살아있어 눈빛이 변한 그런 아이는 자신의 허물을 교사가 다 알았다고 여기면 그땐 정말 돌아올 길이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을 믿어주는 한 존재에게 밑바닥을 보이고 싶지는 않은 마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여지를 남겨두는 그런 희망. 일말의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에 나 또한 속아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몇 달간 직접적인 문제에 대한 대화를 서로 피해왔었다. 눈을 마주치면 내 쪽에서 그저 고개를 끄덕, 화살기도를 하듯 ‘OO아 얼른 네 자리로 돌아와라.’ 나의 바람만 지향했었다.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은 눈빛부터 변한다. 내가 좀 예민하고 과장되게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마음에 불편함이 있으면 아이들은 교사의 눈을 응시하지 못한다. 눈빛까지 속일 만큼 아직 약지 못해서이다. 그런 순수함을 사랑해 오래도록 교사가 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께 아이와 나 사이의 모종의 침묵이 들켰으니, 이제 변명을 해야 할 차례였다.


“어머니, 저도 사실 OO이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 벌써 몇 달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제자리로 돌아오라며 은근한 암시만 주었고, 그렇게 지나가는 말로 툭툭 아이의 마음을 건드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OO이가 숙고해서 옳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 생각했어요. 제가 학기 초에 선생님들께 저는 OO이만은 걱정 안 한다고. 바르게 잘 살아갈 거라는 강한 믿음이 드는 학생이라고 그렇게 자랑을 했어요. 어른스럽고 섬세하고 자기 양심이 살아있는, 보기 드문 아이랍니다.”


“선생님 저는 그 어른스럽다는 평가가 싫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내내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른스럽다는 평가가 저 아이를 담배에, 어른들이 하는 고민에 감상적으로 빠지게 만든 게 아닌가 하고요.”


“네 어머니, 속상하신 마음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제 말이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담배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20살이 되는 1월 1일부터는 합법이니 괜찮고, 그 이전은 학생이라서 안 된다는 어른들의 설득이 아이들에게 가당키나 할까요? 그보다 OO이가 왜 담배를 피우는지, 누구보다도 자기 내면의 양심이 살아 있는 아이가 왜 타인의 신뢰를 모른 척 해 가며 약속을 어기는지 생각해보셨나요?”


“진로 때문인가요?”

모든 문제는 부모님들이나 아이들이 원인도 답도 알고 있다. 다만 제삼자인 교사에 의해 그것이 조금 더 선명해질 뿐.


“아버지 의견과 달라서 많이 힘들어했어요. 공부에도 마음을 못 붙이고 있고요. 부모 성에 차지 않는 직업을 아이가 희망한다고 해도, 그냥 믿고 지켜봐 주시는 건 어려울까요? 그게 어렵다면 대학 원서 쓰기 전까지는 아이에게 져주세요. 일단 공부해서 원하는 성적 만들어 놓고 나중에 반대하셔도 늦지 않잖아요. 아이를 속이라는 것이 교사가 학부모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으면 OO이 마음에 갈등이 쉬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버님 설득해주실 분은 어머님밖에 없어요.”


아마 수화기 너머 눈물을 참고 계신 듯했다.


“아버님이 완강하시죠? 저도 몇 마디 나눠 보진 않았지만, 담배 피웠다는 사실을 숨긴 것은 저희 반에서 아마 가장 보수적인 반응이실 것 같은 부모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 저는 아직 제 아이들도 어리고 어머님 마음이 얼마나 무너지는지 제가 겪어본 일이 아니라 감히 다 안다고 단언은 못하겠습니다. 어머님은 저보다 아이를 더 먼저 키우신 선배님이니까요.

그런데 자식이랑 싸우고 말 안 하면 누구 손해인지는 알 것 같아요. 애들은 부모랑 싸우면 부모보다는 덜 아쉬울 겁니다. 자식이 잘나서 멀리 유학 가 해외에서 산다 해도 부모가 더 보고 싶고 부모가 더 손해예요. 그런데 자식이 잘못된 길로 간다 하면 누가 더 마음이 아플까요. 부모가 져주지 않으면 자식이 부러질 것 같은 때 있잖아요. 저는 그게 지금 같아요 어머님. 아버님 꼭 설득해주세요. 설득이 어려우시면 유예라도 해 주세요.

저는 제 자리에서 OO이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당장 금연하겠다고 라이터랑 담배 제 책상에 버리고 갔어요. 담배 끊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 정말 마지막이라고는 어머님께 약속은 못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믿어주고 싶어요.”


담임이 바뀐다고 아이들에게 헤어짐을 말하는 날, OO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다. 자기감정에 몸을 맡기고 아기처럼 온몸으로 울었다. OO이가 우는 모습을 보니 애는 쓰여도 마음은 놓였다. 어른들 눈을 피해 담배는 피우고 있을지 모르나,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은 계속 복잡할 것이나, 아직 그 아이 마음에 밑바닥을 보이고 싶지 않은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핼러윈데이에 맘충을 언팔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