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늦었다

쪽두리꽃을 찾아서

by 이점선


시월 첫날 오후 6시, 오랫동안 생각했던 일을 하기 위해 동네 한 바퀴를 하려고 집을 나선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고 3일째 책상머리를 지키던 딸도 따라 나선다. 언젠가 동네에서 쪽두리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찾아보고 싶었다. 어릴 적 시골집 장독간 옆에 피던 꽃들은 다 반갑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꽃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중이라 그늘이 많지만 아직은 볕이 뜨거운 낮이었다.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 건물을 지나고 나면 학교를 향해 난 여러 골목길이 있는데 집 앞이나 가게 앞에는 화분이나 큰 나무 밑에 꽃을 가꾼다. 쪽두리꽃을 본 기억이 났다. 그 때 반가워서 ‘아, 쪽두리꽃이다.’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왔다.

그 때와는 다르게 동네 건물 밑에 있던 꽃들이 정리가 되어있다. 일반 가정집 보다 원룸이나 저층 오피스텔 같은 건물이 많아졌다. 1층 건물을 거의 다층 건물로 바꾸고 세를 주나보다.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29.jpg

담장위에서 능소화꽃이 내려다본다.

저 꽃이 가을까지 피어있다.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서일 것 같다. 거의 30분이 지난 후에야 분꽃과 맨드라미를 만난다. 분꽃 가까이 가니 분 냄새가 난다.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02.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04.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05.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03.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01.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06.jpg


향기가 짙다. 색깔도 다양하다. 하양과 꽃분홍과 노란색, 그리고 흰색과 진분홍색이 연하게 섞여있는 분꽃이 여러 군데 심어져 있다. 진주대로 쪽으로 나와 집 쪽을 향해 걷는다. 천전시장을 지나가는 길이다. 여러 가게가 문을 닫고 있다. 점포를 내놓는다는 문구가 지금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듯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딸과 안타까운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딸은 여러 면에서 나에게 다른 안목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어준다.

남강 변으로 나가지 않고 성당쪽 길로 들어선다. ‘동훈상회’ 헌 책방도 있고 멋진 빵집도 있는 거리다. 혹시 성당 꽃밭에 쪽두리꽃이 있을려나 싶어 들어가본다. 입구쪽 담장에 꽃이 만발해 있다. 내 기억 속의 쪽두리꽃 색이 아니다. 기억 속의 쪽두리꽃은 분홍과 하양의 복합적인 색이다. 엣날 신부가 머리에 쓰던 족두리에 길쭉한 장식품을 닮은 늘어진 꽃술이 닮아 붙여진 이름같다. 어릴 적 시골집에 무리지어 피었다. 한 여름꽃이다. 조금 늦게 찾아나선 듯하다. 성당 안에는 분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하얀 분꽃은 무리 속에서 당당하게 피어있다. 오히려 무채색이 아름다울 때가 많다. 쪽두리꽃은 내년에야 만날 수 있을까?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19.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14.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16.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17.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20.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15.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18.jpg


경남문화예술쪽으로 난 강변쪽 길을 따라 무슨 꽃들이 있나 보면서 내려오는데 이젠 여름꽃이 지고 있는 가을이라는 걸 실감한다.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10.jpg

무화과 나무에는 무화가가 없다. 벌써 수확이 끝났다.

봉숭아꽃도 이젠 거의 졌다. 예술회관쪽 게스트하우스 건물쪽 골목에 유난히 화분을 많이 가꾼다. 화분이 가꿀 수 없으니 화분에다가 무화과 나무까지 가꾼다.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09.jpg
KakaoTalk_20241003_080713386_08.jpg

고추가 나무처럼 키가 크고 가지도 나무만큼이나 키가 크다. 우리 아파트 화단에 들어가보니 맨드라미, 분꽃이 만발하고 있다. 야래향 나무도 있다. 내가 무심했다. 꽃을 가꾸신 분은 매일 꽃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 분 생각을 당분간 해야겠다. 우리 동네는 그 때보다는 많은 꽃이 사라졌다. 꽃을 가꾸던 분들은 어디로 갔을까? 쪽두리꽃은 어디서 피고 있을까?


keyword
이전 09화석류가 있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