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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선 Oct 18. 2024

내가 제일 크다

비만 탈출 프로젝트 

이제 어딜 가나 어떤 사진 속에서나 내가 제일 뚱뚱하다. 내가 참가하는 모임, 그리고 행사 사진, 친목 사진 속에서 나는 점점 삭제해 버리고 싶은 모습을 발견해 낸다. 남편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게 되었고 벌써 몸무게가 위험 수위까지 올라갔지만 어떻게 안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를 생각해 보면 이제 건강했던 사람도 무언가 노화 현상이 일어날 나이로 점점 접어들고 보니 위험한 생각이 든다. 체형도 보기 싫게 변해서 상체 비만형이다. 어느 날 고모들과 목욕탕에 갔는데 박장대소하면 웃는 게 아닌가? “딱 세이다.” ‘세이’는 ‘언니’의 경상도 방언이다. 진주의 하동 쪽 방언이다. 고향이 사천군이긴 하나 하동과 가까워 하동 방언과 섞여 있다. 

 고모들에게는 웃음을 주었지만 그 때 이미 상체 비만형 체형을 갖춰가고 있었나 보다. ‘상체 비만 소투리 궁디’는 올 가을 또 웃음을 선사하고 말았다. 지난 10월 초 첫 토요일 남편과 함께 체육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배구도 조금 하여 선수로 참가하여 결선까지 뛰었고 오후에는 장애물 달리기가 있어서 참가하게 되었다. 젊은 후배들도 많은데 내가 선수로 나선 것은 남자들이 강당이 아닌 바깥에서 술을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고 나갈 사람이 없어서였다. 사실 내 나이가 되면 무릎이니 허리니 하여 몸 쓰는 것도 불편해 하고 강당에다가 사면에서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해야 하므로 눈이 불편할 수도 있었다. 나는 참가해 준다는 봉사 정신으로 과감하게 릴레이 선수로 나갔다. 오락 업체에서 나와 사회도 보면서 운동회를 진행하여 남녀조소 즐길 수 있는 운동회였다. 장애물 달리기 내용은 2인 삼각 달리기와 훌라후프 달리기, 업고 달리기, 공을 차면서 달리기 등이었는데 나는 훌라후프 돌리면서 달리기에 지정되었다. 그런데 팬티를 겉옷 위에 입고 달려야하는 걸 몰랐다. 별 생각 없이 겉옷 위에 힘들게 팬티를 걸치고 뛰었다. 우리 팀이 약간 노장 팀인데다가 잘 달리는 남자 선수도 없어 꼴찌여서 나는 최선을 다하여 달렸다. 그런데 후배들은 달리는 내 모습을 보고 배꼽이 빠졌다는 것이다. 어떤 후배는 명쾌하게 28년 만에 처음으로 그렇게 웃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언니 소쿠리 궁디 때문이라나. 그래서 나는 ‘여러분이 즐겁다면 오랫동안 달리기 선수로 뛰겠습니다.’ 하고 명쾌하게 답을 했다. ‘소쿠리’는 바구니의 경상도 사투리다. 나는 그렇게 체형으로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였으니 그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으로 따라서 즐거웠다. 

 만 64세의 아내가 강당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관람석에 점잖게 앉아서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마음이야 내가 알리 없지만 그렇게 보였다. 이렇게 적당하게 운동하고 건강하다보니 비만이 되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혈압은 조금 높지만 관리하고 있고 당뇨도 콜레스테롤도 안정권 안에 있다. 올 봄에 검사할 때까지는 안정 수치 안에 들었다. 식생활에 있어서는 육고기보다는 한국식 토속 밥상을 차린다. 걷기도 좋아하여 틈틈이 걷고 유산소 운동과 족욕도 거의 매일 한다. 그런데 점점 몸이 불어나고 있다. 

 비만 요소를 점검해 보면 빨리 먹고 국을 좋아하고 짜게 먹는 습관이 있는데다가 떡이나 과자를 좋아한다. 식생활은 건전한데 왜 살이 찔까에 대해 조금 살펴보았다. ‘밤에 잠을 안자도 비만이 온다’에 내 비만의 이유를 싣고 싶다. 

 요즘은 남편이 아침에 운동을 가기 때문에 밥상을 차리지 않는다. 단백질 통 하나 들고 집을 나선다. 그래서 나도 아침상을 차리는 수고는 안하고 출근을 하는 점은 있지만 홀로 밥을 차려 먹어야 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먹는 것에 대한 나와 가치관이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따뜻한 밥에 금방 만든 반찬으로 식사를 하면 제일 맛있는 때인데 남편은 거의 상관하지 않는다. 몸 관리를 잘 해 나오고 있다. 

 요즘 유산소 운동을 할 때면 몸무게 때문에 무릎에 지장을 줄까봐 조심스럽다. 이전 같으면 팍팍 뛰던 것을 조심스럽게 뛰게 된다. 

 가끔 생각한다. 혹시 나이가 더 들어 엠블런스에 실려 가게 될 때 너무 무거우면 드는 사람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비만 때문에 나이가 더 들면 병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염증 수치가 높아져 병이 오면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짐은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여행도 잘 못 다닐 것이다. 독서 토론 모임에서 11월 중순에 소백산을 가기로 했는데 제일 연장자 선생님이 “이 선생은 힘들거니 포기하세요.”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어쨌든 올라가는 데까지 올라가다가 오겠다면서 같이 가겠다고 했다. 영주에 사는 대학원 동기가 한 분 계셔서 같이 다니자고 용기를 주셨다. 

 비만 때문에 또 사회에서 소외되는 일이 발생할 것 같은 걱정도 생긴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어느 대학교에서는 대학원 한국어 교원 학과에서는 비만은 뽑지 않는다는 조항을 본 적이 있다.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일까? 

 나도 아침 식사는 사과나 과일 한 쪽과 요플레와 견과류, 가끔 달걀을 삶아서 먹고 일하러 나간다. 수업을 하다가 찬 우유에 달콤한 막데 커피를 넣어 흔들어 마시는 맛이 최고의 위로인데 계속 먹는 것은 피한다. 

 오랜 만에 만난 여고 동창 앞에서 “나도 살 좀 빼야 할 텐데.” 하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우리 사위가 한의원을 하는데 살 빼는 약이 있다고 권한다. 내 딸도 먹고 있으니 안심하고 먹으란다. 하지만 친구에게 약 먹고까지 살을 빼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머리를 조금 기르고 싶다고 했더니 딸은 5키로만 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살찐 얼굴에 머리까지 길면 못 봐준다고 핀잔이다. 

‘그래, 한 번 시작해 볼까?’ 그래도 나의 기본 생각은 잘 먹고 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살 빼는데 신경을 쓰고 싶지 않은데 더 이상의 비만은 이제 위험하다. 

그래도 조금 더 가볍게 뛰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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