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요르단의 물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요르단에서 물은 곧 삶이다


요르단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물 부족 국가 중 하나다. 지리적으로는 요르단강과 얍복강 등 여러 수원이 자국 내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 사용량은 언제나 공급량을 초과한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가족 단위로 외출한 사람들이 별다를 것 없는 작은 지류의 물줄기를 찾아 소풍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강과 계곡이 풍부한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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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이스라엘쪽에서 바라본 요단강 폭이 5M이내이다 / (오른쪽) 얍복강 폭이 7M이내이다.

한편, 아침마다 길거리나 세차장에서 물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 이곳이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침마다 집을 관리하는 하리수들은 차량이 크게 더럽지 않아도 소유된 차들을 꼼꼼히 세차한다. 특히 겨울이나 봄처럼 모래먼지가 많거나 비가 자주 오는 시기를 제외하면 차량은 비교적 깨끗한 상태지만, 외관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이들은 세차를 일상적으로 수행한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의복이나 집을 방문할 때의 외모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텔레비전에서 중동 지역 관련 뉴스 화면을 보면, 이곳 남성들이 주로 입는 하얀 전통 복장이 자주 등장한다. 언제나 순백을 자랑하는 이 복장을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요르단의 수돗물은 석회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하얀 옷을 깨끗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물건을 옮기거나 더러운 장소에 앉는 등의 활동은 되도록 삼간다.


또한, 현지 가정의 손님 접대 공간은 매우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소파와 카펫, 고급 식기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처음 방문했을 때는 집 전체가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손님을 맞이하는 방만 그렇게 치장되어 있고, 나머지 생활공간은 비교적 소박하거나 단순하게 꾸며져 있다. 손님방은 외부에 보여주는 공간이고, 다른 방들은 가족이 사용하는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인의 편안함보다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암만은 도시 인프라가 완벽히 정비되어 있지 않아, 가끔씩 수도관이 터지며 도로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 부족 국가라면 이런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상식일 테지만, 개인적인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방치된 현장을 마주하게 될 때가 많아 안타까움을 느낀다.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난민 문제가 없었다면, 요르단은 수도 암만 인근의 오아시스 도시 ‘아즈락’이나 지하수 자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동 전쟁으로 이스라엘 지역에서 떠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이라크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대거 요르단으로 유입되면서, 이들은 대부분 수도인 암만 인근에 정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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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1966년 아즈락 오아시스 모습 (오른쪽) 현재의 아즈락 오아시스 모습

작은 도시였던 암만은 이후 여러 도시 문제를 겪게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물 문제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초기에 요르단 동쪽 아즈락 오아시스에서 수로를 연결해 물을 공급하다가, 현재는 남쪽 와디럼 인근의 지하수원을 통해 암만에 물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한 번 사용된 오아시스의 물과 지하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 다시 채워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르단 정부는 해수를 담수화해 음용수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하지만, 유일한 해역인 아카바만은 이집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홍해를 공유하고 있어 주변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선책으로는 이스라엘을 통한 지중해 해역이 있으나, 국민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진전이 없다.


만약 와디럼의 지하수마저 고갈된다면, 요르단은 기름이나 천연가스뿐 아니라 물까지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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