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마음에 삼지창이 훑고 지난 간 자리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품은 사람이 있다.
생각만으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마음이 따뜻한.
2월 칼바람 앞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이.
아련함이 자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도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식은
부모에게는 통곡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존재의 부재는
삶을 잿빛으로 물들인다.
자식은 함께한 시간만큼 심장에 박힌
삼치창은 무뎌지지만 고통이 줄지 않는다.
죽은 아이는 항상 입던 내복 바람에 온다며
새 옷 한 벌 못 사준 아비는 말했고,
돌아와야 할 아이는 안 오고
겨우 사주었던 운동화만
몇 년째 방을 서성거리는 이야기도 들었다.
박완서 작가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단편 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전화기 넋두리로 시작해 끝이난다.
제사를 기억하고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이
이토록 중요한 일인지
의문이 들고
형님에게 하는 시시콜콜 한 보고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상황을 이해했다.
모진 세상에 민주화 운동으로
아들 창환이를 잃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엄마는 칠 년 전 죽은 아들 또래의
결혼, 고시 패스도 전혀 부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혹여 그녀를 아프게 할까
전전긍긍하며 아이 결혼식도
쉬쉬하며 초대하지 못하지만
늦게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참석한다.
민주화 어머니 모임에 열심히 나가며
집안 각종 제사까지 살 뜰이 챙기던
그녀에게 괜찮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다.
제일 친한 친구 명애가
동창 문병을 가지고 제안했다.
아픈 사람은 동창이 아니고
동창 아들이라는 것이 걸려 피하려 했지만
아들 창환이 장례에 와준 친구라는 말에 따라나섰다.
자세한 상황을 묻지 않고 갔는데
차사고로 뇌와 척추를 다치고
하반신 마비에 치매까지 걸린 아들과
오랜 병 수발로 파파 할머니가 된 친구가 었었다.
친구는 아들을
'아이고 이 원수, 저놈의 대천지 원수'라고
부르고,
어렵게 방문한 친구에게
'흥 죽는 것보다 더 못할 꼴 보러 왔구나.'
라고 말한다.
아이가 살았다면 엄마도 이처럼
괴로울 지도 모른다고
위로하려는 명애의 의도였만
엄마는 전혀 다른 곳에 터져 버렸다.
욕창에 걸리지 않도록
매일 이리저리 굴리며 마사지를 하는데
힘들 것 같아 거들려 몸에 손을 대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보이던
아이가 괴성을 지른다.
아들은 엄마의 손에
무한 신뢰와 평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인물이나 출세나 건강이나 그런 것 말고
다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세상에 어쩌면 그렇게 견딜 수 없는
질투가 다 있을 까요? 형님.
날카로운 삼지창 같은 게 가슴 한가운데를
깊이 훑어 내리는 것 같았어요.
너무 아프고 쓰라려 울음이 북받치더더군요.” p. 400
멍청이가 된 아들이어도
의식 없는 아들이어도 한 번만 쓰다듬어 볼 수 있다면
주인공에게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생때같은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서 소멸했어요.
그 바람에 전 졸지에 장한 엄마가 됐고요.
그게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가 있답니까.
어찌 그리 독한 세상이 다 있을 까요, 네, 형님?
그나저나 그 독한 세상을 우리가
다 살아내기나 한 걸까요?
혹시 그놈의 것의 꼬리라도 어디 한 토막
남아 숨어 있으면 어쩌나
의심해 본 적, 형님은 없죠?” p. 402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못한 건
말도, 기억도 아닌
맞잡았던 온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놈의 것의 꼬리가 숨어 있다가 나타난
세월호, 이태원 참사가 가슴에 뚫고 바다 밑
어두운 골목으로 헤맨다.
https://youtu.be/tfmwbxBKPh0?si=_YdyuD8BzPe8M2o6
조재즈 '모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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