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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Nov 15. 2021

비싼 집, 덜 비싼 집


한옥 대수선(大修繕)을 먼저 해 본 누군가가 말했다. 돈만 많으면 집 짓느라 스트레스받을 일 하나 없다고.


돈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어떤 이야기라도 낭만을 잃어버리기 마련인데, 한옥이라고 다를 리 없다. 그래도 그놈의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싫으나 좋으나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실. 그래서 집을 본격적으로 보러 다니기 전 지난 2년 간 북촌에서 있었던 실거래 가격을 모조리 확인하고, 그 매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나름대로 탐구해보았다.


아파트의 값에는 입지(학군, 직주근접, 한강과의 거리 등)와 주변 교통상황, 단지의 규모, 건설사의 브랜드, 재건축 가능 여부(용적률)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북촌은 상업공간과 도로 및 공공시설 전부를 포함해봐야 경복궁 면적의 두 배 정도에 불과한 동네. 그렇기에 북촌 내에서 학군이나 직주근접을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외, 건설사의 브랜드나 단지의 규모, 재건축 가능 여부 등은 언급할 필요도 없으리라.


내가 생각하는 북촌도시한옥의 가격결정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북촌지구단위계획에 따른 구역
2. 안국역(율곡로)까지의 거리
3. 건물의 상태

상술(詳述)하자면,

1. 북촌지구단위계획에 따른 구역 중 1, 2구역은 건축이나 용도 모두에서 극도로 엄격한 제약이 적용되는 구역으로 상업구역과는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 가회동 31번지의 경우 다른 동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필지에 지어진 잘 가꿔진 한옥이 많아 예외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는 구역 숫자가 높은 동네나, 큰 길가에 위치한 상업구역의 한옥이 비싸다. 이제는 거기에 더해 송현동 부지와의 접근성이 한몫할지도 모르겠다.


2. 남고북저(南高北低)의 지형 탓에 안국역을 기점으로 북쪽으로 향할수록 귀갓길에 등산해야 할 거리가 길어진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녹록지 않은 북촌의 도로 사정 때문에 율곡로에서 가까워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런 이유로 대체적으로 남쪽에 위치한 동네의 가격이 더 높다.


3. 굉장히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집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수선시 신축에 준할 정도로 많은 돈이 소요되는데, 공사비에 관해서는 평당 천만 원이니 천이백만 원이니 말이 많지만 실제로 알아보니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에서 시행하는 공사의 경우에도 평당 천육백만 원 정도는 필요하다고 한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대부분 그 보다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에 건물의 상태가 매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아파트의 경우 낡은 집인 경우 재건축 가능성과 맞물려 가격이 비싸지기도 하는데 그와는 반대이다).   

이 외에도 매도자나 매수자의 성향 등에 따라서 집의 방향이나, 형태, 필지의 크기, 지하 공간의 유무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후 부동산에서 매물을 알아보면서부터는 나름 납득이 갈만한 이유와 아주 먼 거리가 있을 정도로 북촌 한옥의 가격은 ‘매도자의 마음대로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단순한 비합리 내지는 매도자의 비이성적인 억지로만 생각했었다.


서울(2021), Pentax MX/Fuji C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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