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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산동

집과 나의 연결고리

by nessuno

집이란 나에게 무엇일까? 내 나이 40중 후반 어린 시절부터 7번의 이사와 8번째의 집, 여러 번의 집을 거쳐 지금 나는 8번째 집에 10년째 살고 있다.

8번의 집 중에서 중간중간 기억에 남는 집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집도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나의 삶과 같은 괘도를 그리며 지내왔던 나의 집과 그 집 주변에 대한 풍경에 대해 들려주려고 한다.

무덤가의 옆에 집


첫 번째로 기억에 남는 집은 어린 시절 살던 부산 구포의 집이다. 도로 옆에 있던 2층 슬라브 한 지붕 아래 각기 다른 3가족이 모여 살던 집... 아버지는 어머니 고향인 문경에서 부산으로 이사와 구포라는 동네에 터를 잡고 집을 샀다.


그 집은 입구에 개인무덤이 있던 곳으로 ㄷ자 모양의 2m 길을 따라 꼬불꼬불 들어가면 있던 마지막집... 밤늦게 집에 들어온다면 무서워서 항상 엄마를 부르던 집...

한 번은 초등학교 4학년 이맘때쯤 무더위가 물러가고 태풍이 올라왔다. 어머니가 새벽 4시쯤 자고 있던 나와 동생들을 흔들어 깨웠다.


벌써 빗물은 대문을 지나 현관문에 이르렀다. 슬리퍼가 둥둥 떠다녔고 바깥에 대야와 나무판자 등이 갈지자를 그리며 자유롭게 유영했다.


짙은 카페라테 색의 물은 금방이라도 우리를 집어삼킬 것처럼 발목에서 무릎, 무릎에서 허리까지 차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바깥에 푸세식 화장실에서 똥덩어리가 2~3개 떠다녔다.


어제까지 내가 드나들던 공간이었는데 삽시간에 강이 되어버렸다. 지대가 낮아 빗물이 계속 집으로 들어차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영문도 모른 채 윗옷만 챙겨 내가 다니고 있던 학교 임시보호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날은 중간고사였다.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지만 아버지의 얼굴은 아까 카페라테의 물색깔과 같았다.

처음 아버지는 그 집 옆으로 도로가 난다는 도시계획을 듣고 샀다. 그 이후 10년 뒤 ㄷ자 입구에 있던 개인 무덤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도로가 들어섰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아버지는 도로가 난 슬라브의 2층 집을 헐어내고 3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었다.


아빠의 꿈이자 가족의 소망을 담아 새로 만들어진 그 집... 그 집은 가족에게 애착이 많은 집이었다.


한 번씩 고향에 들를 때면 옛날 추억을 더듬어 찾아가고 한다. 2층은 방 3개에 부엌, 제일큰방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쓰시고 그다음으로 큰방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제일 작은 방은 우리 막내 동생과 나의 방이었다.


1층은 상가로 태권도장에서 미용실 올해 초는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하는 지대가 낮아 명목상 1층이지만 지하처럼 대낮에도 불을 켜야 했다. 구조는 2층 집과 똑같았다. 구포집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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