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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지산초록도서관

by nessuno

내가 즐겨 찾는 우리 동네 지산초록도서관, 오늘은 주말이라 책도 반납하고 글도 쓰기 위해 주말마다 찾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 모자를 깊게 눌러쓴 60대의 아저씨와 책이 한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있으며, 대출대에 줄을 서고 있는 40대 중반의 아주머니와 중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소녀, 처서가 지났지만 아직 더위는 물러날 기세를 모르고 목덜미와 얼굴에서는 땀이 연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순간 ‘쿵’ 하며 대출대에 40대 중반의 아주머니는 책을 놓으며 ‘책, 반납할게요’라며 말한다. ‘삑’ 소리와 함께 사서분이‘ 책이 8월 31일까지 대출되었습니다.’라고 한다.


반납대의 맞은편 계단을 향해 성큼성큼 올라간다.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8월의 소식지와 추천 책 코너, 필사하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책상에 노트에는 초등학생의 귀여운 낙서같이‘지산초록도서관 oo님 왔다감’‘oo이 사랑해’‘5학년 2반 ooo 못생겼음’ 흔한 낙서들이 쓰여 있다.


내가 좋아하는 3층 1인실 창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3층 1인 좌석은 자리가 잘 나지 않는데 오늘은 운이 좋다.


1인 좌석에 누구에게도 피해받지 않을 공간에 충전기까지 있어서 노트북에 켜둔 채 글을 그면 안성맞춤인 자리이다.


앞자리는 20~30대의 젊은 여자분으로 머리를 모아 뒤로 질끈 묶은 채 졸지 않겠다는 의지의 아메리카노 두병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있다.


경제책 ‘금리가 변하면 경기와 물가가 날뛴다’라는 챕터를 보고 있다.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이신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뭇 진지하다.


그 앞에는 검은색 모자에 뿔테 안경을 쓴 대학생이 인터넷강의를 틀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세로 1.5m, 세로 10m가량의 10개의 책장 책이 왼쪽 방향으로 가지런하게 꽂혀있다.


책은 형형색색의 다른 자태를 뽐내며 ‘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를 데려가 주세요’라며 손짓하고 있는 것 같다.


가방을 내려놓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는지 한번 둘러본다.


가장자리 끝으로 1미터가량의 책장에 추리소설의 대가인 ‘히가시고 게이고’의 소설책을 모아 놓은 책장...


‘평택 올해의 책’을 전시해 놓은 책장, 여러 가지 섹션의 다양한 책장들이 듬성듬성 서있다. 책은 정갈하게 하단에는 노란색 띠를 두른 책 표식이 붙어있다.


‘찌이이익’ 가끔 사서분이 반납된 책을 카트에 밀며 돌아다니면서 책의 표식을 보고 제자리에 꽂아 둔다.

3층 야외 테라스로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른쪽 끝으로는 나무숲으로 ”맴맴 매~~~ 엠‘하며 매미소리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짙은 녹음의 초록색처럼 깊게 울려 퍼진다.


그 사이로 부는 바람에 따라 ‘쏴아아 아’하며 나뭇가지가 흩날리면서 하늘을 향해 손짓하며 춤을 추는 듯이 흔들린다.


정면으로는 네모반듯한 정사각형의 장미아파트가 거인처럼 나란히 4개가 서있고 그 옆으로 십자가를 위로 올린 첨탑의 능력교회가 서있다.


송탄한의원이라는 간판과 탑 pc방 등의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반으로 나뉜 하늘 위로 손으로 잡으면 잡힐 듯한 솜사탕 모양의 구름이 가느다랗고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가끔 잠이 온다거나 지루할 때면 인근 편의점에 커피를 사러 나가기도 한다. 도서관 입구에는 또 다른 코너인 담장갤러리가 있어 적적함을 달래준다.


그래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돌려세운다. 나도 잠시 앞에 서서 물 그러 미 쳐다본다.


‘엄마의 무릎베개기 그립다’

파란 하늘 엄마의 품속은 노랗다.

풀지 못할 수수께끼를

물감으로 대신 그려서였을까

유년에 시절 너른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마당에 멍석 깔고

온 가족이 모여 얘기꽃 피울 때

엄마의 무릎베개를 베고 누우면

밤하늘의 별빛이 하얗게 부서지고

달콤한 꿈 속에서 은하수도

건넜고 우주도 품었었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네

그때 내게 꿈과 희망을

품게 했었던 건 별이 아니라

엄마의 무릎베개였다는 걸‘


수련 김인애

도서관과 그 주변의 풍경과 엄마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나 보다.


그래, 나의 어린 시절도 그랬었지 갑자기 엄마의 무릎베개를 베고 엄마 냄새를 맡으며 까만 밤하늘 속에 쏟아지는 별 속에 누워 옥수수를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불현듯 ’ 엄마의 청춘이 너희에게 들어가 너희는 성장하고 우리는 그렇게 또 하루가 늙어간다 ‘라는 글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나를 키운 엄마도 같은 마음이겠지..

엄마도 세상에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가 처음이었을 텐데 아무런 힘든 내색 없이 우리를 사랑하고 보듬어 주신 것에 미안함이 든다.


오늘은 집에 가서 엄마를 꼭 안아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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