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19:00

by 권혜주LUCKY JJU

19:00

아들 1호는 *학원 뺑뺑이 중이고, 그사이 2호, 3호 씻기고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이 엄마가 최상의 부드러움으로 한번 말할 때 “네~~ 엄마.”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기대는 애초에 가지지 말란 듯이 쌩 떼를 부린다. 이미 하루 에너지를 놀면서 다 썼을 줄 알았는데 나만 김칫국을 마신 기분이다. 2호와 3호는 서로 안 씻겠다고 미루더니, 마음이 바뀌었다며 서로 먼저 씻을 순서라고 또 싸운다. 세 살 많은 2호도 세 살이나 어린 3호도 손톱만큼의 양보나 배려는 쌈 싸 먹고 없다. 어른의 언어로 이해나 타협이 안 되니 아이들이지 하고 분쟁이 잦아들 때까지 개입하지 않고 귀 막고 눈 감고 입 닫고 기다린다. 별로 공정하지 않은 것 같은 결론이지만 2호 3호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다. 그걸로 족하다. 난 이미 심신이 지쳤고, 딱히 다툼에 조기 간섭해서 모두가 불평 없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재주도 없기 때문이다.


*학원

아들 1호는 학원을 참 많이 다녔다. 첫째라는 이유로 아낌없이 투자했더랬다. 큰 반감 없이 잘 적응해주는 아이가 고마울 정도로 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까지는 예체능 위주로 피아노, 리코더, 우쿨렐레, 발레, 태권도, 수연산, 영어, 과학교실, 스피치학원 등등 많은 경험을 주고자 했지만, 아이가 적극적으로 수용한 학원은 태권도, 농구, 영어, 수학, 과학, 국어 주로 교과목 학원이다. 한번 경험에서 나온 엄마는 아들 2호에게 학원 선택권을 준다. 아들 2호는 태권도만 하겠다 하고, 눈높이 러닝센터를 국어, 수학, 영어 시간표로 매일 가는 공부방처럼 다니겠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선택한 학원들이라 큰 불평 없이 꾸준히 잘 다닌다. 컴퓨터 코딩 학원을 하나쯤 더 해보라고 했더니, 이미 컴퓨터 게임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보인다. 엄마는 2호에게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을 때 언제든 말하라고 여지를 남기고 한발 물러선다. 딸 3호는 한글, 수연산, 창의 미술 수업 중인데 친구들이 하는 태권도, 발레, 피아노 다 하겠다고 해서 코로나19 핑계로 등록을 늦추고 있다.

딸 3호의 '아이아트' 창의 미술 수업
아들 2호의 심리 학습 센터 수업, 매주 아들2호가 하고 싶었던 과학실험을 주제로 아이 마음챙김을 도와준다.



나 어릴 적 친청 엄마가 항상 우리 삼 남매에게 “공부하는 자식은 공부 뒷 바라지해줄 거고, 공부 안 하는 자식은 스스로 자기 길 잘 찾아야 한다.”라고 주문 외우듯 하셨던 말씀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탓에 공부를 할 거면 아주 잘해야 한다는 무언의 책임감을 얹은 진심이셨을 거다. 그땐 깊은 뜻은 모르고 난 공부를 선택했고, 엄마의 고생한 지난날을 보상해 주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었다. 공고를 졸업하고 기술자가 된 남동생도, 상고를 졸업해 일찍 사회인이 된 언니도 각자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듯 모두 짝꿍 잘 만나서 잘 먹고, 잘살고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