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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온전히 나를 돌아본다. 근데 꼭 조용한 밤에 식탁에 있으면 맥주를 마시게 된다. 소주는 쓴맛이 너무 부담되고, 양주는 향기에도 취할 것 같고, 동동주는 다음날 머리가 아플 것 같고, 그래서 선택된 맥주 한 캔과 간식 통에 종류별로 있는 안주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아이템이다.
바둑 기사들이 대국이 끝나면 복기를 하듯이 나도 오늘을 돌아본다. 보통의 어느 날과 다르지 않았음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보통의 날이 어쩌다 맞이하는 특별한 날을 더 돋보이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무탈하게 잘 지나간 평범한 오늘이 더 좋다. 비록 오늘도 07시 출근 22시 퇴근의 15시간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는 극한직업 ‘전업주부’ 직을 천직으로 받아들인 그때부터 급여, 4대 보험, 퇴직금, 법정휴가, 노조 같은 사회보장제도에서 제외되었지만 1인 사업장의 사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고군분투하는 내게 셀프 박수를 보낸다. 양치하고 잠을 청한다. 그러고 보니 아직은 내 인생에 불면증은 아직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우유 베개, 기절 베개 등등 꿀잠 보장해주는 광고하는 베개 상품들이 없이도 내 한쪽 팔을 접어 베고 옆으로 새우처럼 누워도 순식간에 편안하고 깊은 숙면을 취하는 걸 보면 잘 자는 건 타고났나 보다.
이렇게 희로애락 가득한 보통의 하루가 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