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16:00

by 권혜주LUCKY JJU

16:00

아들 2호는 방과 후 학원 수업까지 마치면 귀가 시간이 4시 전후다. 친한 친구들 집에 데려와서 노는 재미를 뒤늦게 알게 되어서 매일이 즐겁다. 아마도 이 시간이 엄마가 집에 있어서 최고로 좋은 시간일 것이다. 깨끗이 정돈된 독립된 방, 매일매일 달라지는 간식 메뉴들, 친구들과 맘껏 놀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엄마가 있으니 말이다.

아들 2호 받아쓰기 백점맞은 금요일~ 치킨 & 친구들과함께 즐거운 시간.

딸 3호의 어린이집 하원은 아들 2호 귀가와 동시에 릴레이처럼 이루어진다. 하루 중 이때를 위해 비축해둔 에너지를 다 써가는 치약 밀어서 짜내듯 짜내야 하는 시간이다. 이미 하원 해서 눈앞 놀이터를 점령한 친구들과 대면하기 전에 집으로 향하고픈 엄마의 허술한 전술과 그런 것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막내 3호의 재빠른 발걸음은 100전 100패. 엄마가 지는 싸움인 것이다. 내리쬐는 땡볕에 선크림조차 바르지 않은 채 딸 3호의 지칠 줄 모르는 뜀박질에 씻고 나온 엄마의 등줄기와 앞머리로 가려진 이마에는 땀이 흐른다. 한여름에도 웬만해선 땀 흘리지 않는 체질이라 자신했던 나는 더 이상은 그런 말 하지 않게 되었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고, 더우면 땀을 흘리는 게 정상인 것이다.


18:00

딸 3호는 친구들이 대부분 집에 가는 시간이 되어야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한다.

그제야 지쳐서 어린이집 가방 들고 서 있는 엄마가 눈에 들어오는지 세상에 없는 애교로 “엄마 너무 더운데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을까?” 하며 슬며시 손을 잡는다. 그러자라고 하고 그 손 꽉 잡고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집으로 간다. 따지고 보면 늦둥이 딸 3호는 보통의 6세 아이의 에너지를 가진 활동적인 아이인데, 늦둥이 낳은 40대 중반 엄마가 보통의 30대 젊은 엄마들의 표준 체력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것이 팩트인 거다. 슬프게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뭐라도 해서 체력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나만의 *과제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딸 3호 하원길에 삥 뜯긴 비싼 요거트아이스크림. 토핑만 먹고 정작 아이스크림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

*과제

내게 주어진 과제가 기초체력 높이면서 건강한 다이어트로 표준체중 유지하 기인데 시작은 있었지만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목표치에 도달하기가 이렇게 멀고 힘든 장기 과제가 될 줄 알았다면 말처럼 쉽게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아들 1호는 매주 미루고 미루다 수업 전까지 완료해야 하는 학습지가 짜증유발 과제일 테고, 아들 2호에겐 매주 금요일 학교 받아쓰기 시험대비 매일 문장을 연습하고 반복하는 과제가 만만치 않고, 남편은 열정만큼 비례하지 않는 골프 실력 향상이 과제이듯 누구나 하나쯤은 해결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제의 보편적인 경중을 떠나서 지금 그 당사자들에겐 피할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지상 최대의 과제일 것이다. 당사자의 속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에이~ 뭐 그런 일로 심각하니? 얼른 해치워 버려!”라고 어설픈 응원을 빗댄 비아냥은 지금 당장 멈추길 바란다. 과제 수행에 1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