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0
아들 1호가 교문을 나왔다는 *알림이 전송된다. 엄마가 집에 있을 거란 믿음이 있을 텐데도 어김없이 해피콜을 한다. 학교 마치고 집 오는 중이라고 엄마가 그냥 알겠다고 전화를 끊는 게 싫은지 이러쿵저러쿵 의미 없는 질문을 쏟아낸다. 스스로 사춘기라면서 말수를 줄이고 엄마와 관계에 적정거리를 두자 하던 초등 6학년 내 아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살갑다. 아들 1호는 혼자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많았던 어릴 적 감정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타고 현관문을 들어서기까지 매번, 매일 반복되는 걸 보면 아직도 1호 마음을 불편하게 하나 보다. 크게 문제 삼지 않고 괜찮아지기를 해피콜 받아주며 기다려 주기로 맘먹었다. 어느 순간부터 해피콜이 안 오면 난 분명 서운해할 거다.
*알림
아이들의 동선 파악이 가장 확실히 되도록 해주는 건 실시간 위치검색 앱이다. 전화를 철저히 본인 필요에 의해서만 걸고, 받는 아들 1호, 2호가 엄마의 전화를 한 번에 받아준 적이 기억에 없을 정도면 아이들의 핸드폰은 내겐 그냥 위치추적기라고 해도 될 정도다. 내가 무슨 사설탐정도 아닌데...
요즘은 학교 등하교 시에 알림 정액권을 소액 지불하면 초등 졸업까지 가방에 열쇠고리 같은 텍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사설 학원들도 입실 퇴실에 대한 문자 알림을 서비스해주고 있기에 학원 땡땡이는 천재지변, 병가, 학원의 코로나 소독 등 특정일이 아닌 이상 절대 상상 못 할 일이 되었고, 두뇌가 열 일하는 아이들도 한두 시간 학원 땡땡이로 얻는 즐거움보단 엄마의 레이저 쏘는 눈빛을 맞으며 독대하여 학원 땡땡이의 정당한 이유를 프레젠테이션하고 며칠간 게임 중지할 건지 스스로에게 벌을 직접 내리는 게 훨씬 잃을 것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물론 몇 번의 눈물 콧물 나오는 시행착오를 반복해야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15:20
아들 1호는 이미 완성기에 접어든 아재 입맛이라, 음식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오늘은 한우 채끝살 200g을 토핑으로 한 짜파구리를 선사해 줄 예정이다. 간식을 맛나게 먹으면서도 ‘엄마가 왜 이러시지?’ , ‘엄마가 나에게 바라는 무언가가 있으신가?’라는 합리적 의문이 마냥 즐거운 간식타임을 살짝 방해하면서 빈 그릇을 가져대 놓을 때 엄마의 눈치를 자동으로 살피게 되는 그런 맛...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