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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Jun 28. 2022

응급실. 장례식장보다 더 슬프고 아픈 곳

응급.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나쁜 벌렁 거림이기에 건강에 해를 끼칠 수밖에 없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가 나와 내 가족에게 다가오는 순간,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응급실.

다양한 이유로 온 환자들, 보호자들, 의료진들로 인하여 항상 정신이 없는 곳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할 의료진마저 넋을 놓게 만드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가끔 성격이 괴팍한 환자나 보호자가 등장하는 날에는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응급실에는 응급 환자만 가야 할 듯한데, 응급 상황이 아님에도 오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응급이 아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응급인 것이지요.

의료진의 판단으로 응급 정도를 분류하여 환자를 봐야 하는데 이것이 사실 녹록지 않습니다.

모두가 '내가 가장 응급' 이기 때문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난리가 납니다. 어떠한 설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의료진을 신뢰한다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줄 텐데, 근본적으로 신뢰가 부족합니다.

안타깝지만, 너무 당연합니다. 사람이니까요.

더군다나 드라마에서도 의료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심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도 의사 답지 않은 의사(의사라고 특별한 존재가 아니기에 의사 다움이라는 말이 조심스럽습니다.

모든 직종은 그 직종 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의미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도 많기에

신뢰에 상당한 금이 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내가 응급 환자가 되면 이 불신이 더욱더 강력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어느 곳보다도 상호 간의 신뢰가 중요한 곳이 응급실인데,

오히려 그 어느 곳보다 더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웃을 수 있습니다.

상주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일부러 웃고 떠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응급실은 웃을 수가 없는 곳입니다.

갖가지 아픔이 있는 곳입니다.

엄청난 고통이 있습니다.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꼭 서로의 배려가 필요한 곳입니다.

장례식장에서보다 더 큰 위로가 필요한 곳입니다.

결혼식장에서보다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한 곳입니다.


응급실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당연히 환자입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명분도, 그 어떤 규칙도 환자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뭐 이런 별 것 아닌 것으로 왔지?'라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 말아야 합니다.

환자의 고통부터 해결해주어야만 합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응급실로 달려왔겠습니까.


@ 그라목손의 근처에도 가면 안 됩니다.

사람의 경우 10ml 이상 복용하면 주로 콩팥과 폐조직을 섬유화 시켜서 급성 신부전과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대개 수 시간에서 수 주 내에 사망하는 제초제입니다.

피부를 통해서도 흡수됩니다.  효과적인 해독제나 치료방법은 없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중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자살을 목적으로 마시는데, 죽기까지 너무 고통스러워하면서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제초제를 마신 사람을 살리겠다고 인공호흡을 시행하면 큰일 납니다.


자살을 시도하신 분이 응급실에 왔을 때, 과연 살려야 하느냐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죽으려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에 그 어려운 결심을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쓰고 살렸는데 '네가 내 인생 책임질 거야?' 라며 멱살부터 잡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으로 난감하죠.

하지만, 환자가 눈앞에 있는 한, 욕먹고 멱살을 잡힐 각오하고 살려야만 합니다.


@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경우

1.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이 있고 어지럽다.

2. 갑자기 휘청거리고 물건이 두 개로 보인다.

3. 말이 잘 안 나오고 한쪽 눈이 잘 안 보이거나 흐릿하다.

4. 한쪽 팔다리에 감각이 이상하거나 힘이 빠진다.

5. 해열제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열이 지속된다.

6. 아기가 구토하는 경우에, 토사물에 피나 초록색을 띤 노란 것이 섞여 있거나 구토가 6시간 이상 지속될 때,

구토와 함께 탈수나 의식이 희미해질 때


@ 응급실에 가는 일이 절대 생겨서는 안 되지만, 가게 되었을 경우에는

아무리 정신이 없더라도, 응급실로 가는 동안 의사에게 설명할 내용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상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진단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도착하면 아무나 붙잡고 말씀하지 마시고, 활동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의사를 찾아서 물고 늘어지세요.^^


@ 깜짝 놀랄 정도이나 절대 응급실 갈 필요 없는 눈 질환

- 눈을 심하게 비볐더니 흰자위가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결막부종)

- 눈 흰자위에 갑자기 출혈이 생겼다.(결막 하 출혈)

이 두 경우에는 만지지 않고 있다가 다음 날 안과에 가면 됩니다.

심지어 가지 않아도 될 수도 있습니다. ^^

                                                                                                                                                                     


@ 나의 응급실

가난에 치이고, 일에 힘들고, 공부가 하기 싫을 때

나의 응급실은 엄마였습니다.

엄마만 생각하면,

가난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고, 일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되었으며, 공부는 투자가 되었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고, 넘어야만 할 산들이 너무 많고, 가로막는 장벽이 점점 높아져서 도저히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

나의 응급실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었습니다.


엄마가 나를 조금만 덜 의지했었다면, 나에게 가족이 없었다면

이미 저는 이곳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엄마는 계시지 않습니다.

열심히 키웠던 자식들은 각자의 삶을 사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당연한 삶의 과정입니다.


이제 나의 응급실은 나입니다.

제 자신이 제가 앞으로 살아야 할 이유가 될 것입니다.

제가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나의 응급실이 될 것입니다.

그 일들이 마무리 지어질 때,

나의 응급실은 폐쇄될 것입니다.

그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음이 바빠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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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글보글 ^ 로운 작가님의 글

https://brunch.co.kr/@psa0508/639

https://brunch.co.kr/@psa050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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