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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Mar 23. 2021

결혼 단상

허례허식

결혼 한지 31년이 넘어서 다 잊어버려

아들 결혼을 어떻게 치루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을 선호하는 저이기에

아들도 그러하기를 바랐지만,

아들은 아들의 사정이 있었기에

결혼식은 성대하게 하기로 했지만,

허례허식을 용납하지 못하는 저이기에

사돈댁에 의견 개진을 했습니다.

"혼수와 폐백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차피 서로 주고받는 혼수는 그냥 받았다 치고,

친인척들은 각자가 알아서 챙기면 될 것 같습니다.

폐백은 신랑 신부만 힘들게 할 뿐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 안 했으면 합니다."

사돈댁도 동의했지요.

그러다 보니 준비 과정이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예식장 예약 등 모든 절차는 자기들일이니 아들과 며느리가 알아서 하라고 했고,

제가 입고 갈 옷은 제가 마련하고,

아내와 사부인께서 입을 한복은 한복집에서 대여를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결혼 준비는 간단했는데,

결혼식 후에 인사 닦는 게 가장 힘들군요.^^

겨우 문자와 톡으로 인사를 마쳤습니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그리하지 못하는 것이 죄송스럽지만,

나중에 다 갚으면 되니까 그것으로 퉁 치렵니다.


지방은 1.5단계라 인원 제약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아서(500명 미만인데, 유명인사도 아니기에 택도 없지요)

아는 분들 대부분이 오셨습니다.

밥도 아주 맛있는 식장이었기에 참 다행이었구요.

양가 합의하에,

들어온 축의금은 한 푼도 빼지 않고 모두 아들 내외에게 주고

식대를 포함한 모든 예식 비용은 양가 합해서 아들 내외가 지불하기로 했었기에,

저는 축의금이 적힌 봉투만 들고 집에 왔습니다.

결혼식으로 아들 내외는 큰 이익(?)을 보고 저는 채무자가 되어버렸지요.

사실, 자발적이고 공동체적이며 기분 좋은 채무자이지요.


대사에 속하는 결혼식을 그리 어렵지 않게 잘 치루어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전 글에 동영상은 올렸지만,

잘 들리지 않은 것 같아(제 딸이 동영상을 찍었는데 아빠 말에 너무 감동하여 리액션이 강해서^^)

원본을 올립니다.ㅎㅎㅎㅎㅎ



신랑 신부에게 해줄 말이 이렇게 많은데 30년 이상 자주 만날 테니 이 자리에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오늘 밖에 만날 기회가 없는 분들께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주제넘은 줄 알면서도  한국전력 임직원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사내 커플은 배치 및 발령 시 배려를 해주시어  

출산 및 자녀양육을 함께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모든 기업이 본받아, 미혼남녀가 결혼할 마음을 갖게 함으로써   

모범 기업인 한국전력이 우리나라의 어둠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인구감소로 인하여 암울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히는데  

선구자가 되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웅이와 누리의 동료 및 친구들은 만나고 싶더라도 조카를 위하여 당분간 꾹 참고  

둘만의 시간을 보장해주기 바랍니다.


 

양가 부모님과 친인척분들께서는 둘이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둘이 스스로 지혜롭게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귀한 시간 내어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매우 감사드리고

만사형통, 만수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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