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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

01. 프롤로그

벌써 몇 년 전 이야기다.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새벽부터 부산히 움직이고 무언가를 하긴 해서 밤이 되면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매일 매일이 지나갔다. 피곤은 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어디로 가는 지 희미해지며, 눈은 앞을 보되, 마음은 딴 데 있었다. 그런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 중지해야 했다.


그래서 걷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기에, 일단 단순히 운동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걷기를 시작했다. 걷다가 익숙해지면, 등산이든 달리기든 다른 운동도 해보자며, 당장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별 힘도 들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걷는 시간이 쌓일수록 하나씩 깨닫기 시작했다. 걸을 때만큼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가라앉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원이든 집 근처 산이든, 때로는 멀리 있는 트래킹 코스나 둘레길이든 장소가 어디든 포커스는 걷기가 아니라 생각하기 쪽이 되었다.


‘걷기 명상’

명상이라고 하면 대부분 ‘앉아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반드시 가만히 있어야만 명상이 되는 건 아니었다. 나의 경우 가만히 앉아서 하는 명상은 오히려 더 많은 잡념과 부정적 생각으로 더욱 마음을 힘들 게 할 뿐이었다.


나에게 ‘걷기명상’은 가장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명상의 형태였다.

특별한 기술도, 장비도 필요 없었다.

다만, 조금 천천히 걷고, 나에게 집중하고, 주변과 연결되는 것.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단순한 실천이 삶을 아주 깊고 섬세하게 바꿔놓았다.

몸도 마음도.


때로는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때로는 산을 오르며,
‘명상하는 걷기’는 내 삶 속에 조용히 스며든 것이다.

무작정 걷기부터 시작했지만, 나도 모르게 만들어 낸 ‘걷기 명상의 실천방법론’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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