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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명상

07. 맨발걷기

2년 전 즈음이었나? 산에서 걷다가, 맨발로 걷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걸어는 봤어도, 맨발로 등산을 하고 있는 걸 본 건 처음이었다.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맨발걷기가 은근 유행(?)을 타고 있었다. 책, 블로그, 유튜브 등에 ‘맨발걷기(barefoot walking)’나 ‘어싱(earthing, grounding)’ 같은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맨발걷기는 말 그대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행위다. 흙, 잔디, 모래, 자갈길, 나무 데크, 물가 등 자연 재질 위를 직접 발로 딛고 걷는 것이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서 자연과의 접촉, 즉 대지와의 직접 연결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나.


여러가지 효과가 있는데, 우선은 발바닥을 통해 자연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하고, 발바닥의 촉각 자극은 뇌를 활성화시키며, 집중력과 인지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허리·무릎·발목 등의 정렬을 개선하고 작은 근육을 단련하면서, 발바닥의 압력 변화가 혈액순환을 도와 냉증, 부종 해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어싱은 인체와 지구 표면(땅)의 직접적인 전기적 접촉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거나 증진하려는 실천법이다. 맨발로 걷는 것 외에도, 땅과 전도성이 있는 연결을 만들어 신체의 전하를 방전시키는 방식도 포함한다.


지구는 자연적인 음전하(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몸 속에 전자기파, 스마트폰, 전자기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정전기(양전하)가 쌓이고 있는 바, 땅과 직접 연결되면 전자 균형이 맞춰지고, 항산화 작용과 염증 감소 등에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고 주장한다.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설명들이긴 했지만, 나름의 효과를 본 사람들의 증언(?)도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면서 넘겼다. 하지만, 남해, 강릉, 태안, 제주도 등 해변의 모래사장을 신발을 벗고 걸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라.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 파도가 밀려와 발목까지 바닷물에 잠겼을 때 시원함. 남해 고운 모래사장도 있지만 동해의 약간 거친 모래, 또는 몽돌을 밟았을 때의 그 각기 달랐던 느낌을 떠올리면, 엄청나진 않더라도 뭔가 좋은 효과는 분명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 후로, 맨발걷기를 하도록 조성된 길을 만나면 이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걷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내가 걷기명상을 하며 주로 이용하는 공원이나 산길에 맨발로 걷기에 적당한 곳을 찾긴 어려웠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어싱 슈즈(earthing shoes)였는데, 맨발로 걷는 효과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발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개발된 신발이다. 전도성 소재를 이용해 지구의 전자(전자기 흐름)를 몸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발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진짜 맨발’ 걷기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맨발걷기를 줄창하고, 그 전과 그 후를 비교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지를 측정한 후, 다시 어싱 슈즈를 이용해서 그 전과 그 후를 비교해야 할 것인데, 그럴 마음도 없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대략적인 어싱슈즈의 특징은 우선 밑창이 아주 얇고 부드럽다. 밑창을 전도체로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뒷굽이 없고, 앞쪽이 넓은 데, 이렇게 해야 맨발로 걸을 때처럼 발가락과 근육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내가 구입했던 신발은 그래서 그런지, 산길을 걸을 때 자잘한 돌이나 나뭇가지나 풀의 느낌도 느껴졌다. 당연하지만, 발 지압의 효과도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가장 중요한 건 맨발로 걷다가 날카로운 것에 발바닥이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줄어들기에 그저 맘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 정도의 정전기가 빠져나갔는지는 몰라도, 걷기명상을 하면서 발에 닿는 감촉, 바람, 햇살, 자연의 소리를 자연스레 느끼기에 많은 도움이 된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운동화를 신을 때와 가장 크게 차이를 느낀 부분은 잠이 잘 온다는 것이었다. (이건 느낌이다. 과학적으로 측정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어쨌거나, 가끔 바다를 보러 갈 때면 반드시 맨발로 해변을 걷는다. 발가락 사이의 모래와 파도의 감촉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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