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애처로운 시간은 먼 훗날, 관 속에 누울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을 때, 일생을 헛된 욕망을 좇느라 세월을 탕진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는 한 번 더 시간이 주어지기를 가만히 소망해보는 때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편역,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포레스트북스, 2023, 100쪽)
회갑을 훌쩍 넘긴 세월을 용케도 버텨냈다. 딱히 아쉬운 건 없어 인생이 한 번 더 주어지기를 소망하지는 않는다. 천만다행이다. 운 좋게도 내 인생에서, 아직은, ‘가장 애처로운’ 시간을 맞지는 않은 듯해서다.
잘 살았다 싶어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온갖 시행착오와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댄 느낌이 앞선다. 견뎌낸 내가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더 잘 해낼 자신도 없어 이번 생 한 번만으로 충분해서다.
남아있는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법. 해서 나는 ‘가장 애처로운’ 순간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 거다. 인생의 끝에 다다르면 기꺼이 자축(自祝)하고 감사하며 마무리할 테다.
ⓒ 정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