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서 늙어간다는 것, 그건 꼭 허망이거나 서글픔이 아니다. 늙은 모습만큼 깨달음이 늘어간다면 그 세월 또한 소중하고 알뜰한 것이다.”
(조정래 지음, 「누구나 홀로 선 나무」, 문학동네, 2002, 52쪽)
젊었을 때는 궁금한 게 참 많았다. 존재와 삶, 그리고 세계는 물음의 활화산 그 자체였다. 끝없이 솟아나는 물음에 나는 답을 알아낼 요량으로 책을 탐닉했다. 환희와 낙담이 무수히 교차했지만, 답을 ‘찾으려’ 무던히 애썼다.
산 날이 늘어갈수록 독서로 구축된 머릿속 세계가 조금씩 가족과 직장이 내는 눈앞 현실 세계로 대체됐다. 삶의 모든 순간을 추동(推動)하는 시간은 냉엄했고, 내 장년의 세계는 버거웠다. 그저 잘 ‘버텨내려’ 했다.
지금 나는 무대에서 내려와 은퇴라는 맛보지 못한 세계에서 산다. 다행히 의무와 책임의 짐은 보다 가벼워졌다. 일상에 늘 ‘감사하려’ 힘쓴다.
노년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태도’가 삶의 알파요 오메가임을 느낀다. 돌아보니 내가 여태껏 인생에서 견지한 태도는 ‘찾음’과 ‘버팀’ 그리고 ‘감사’다.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다.
찾음의 태도가 지배하던 청년 시절에도 버팀과 감사를 놓진 않았다. 고단한 장년의 삶을 어떻게든 버텨내려 했던 시절에는 찾음과 감사를 포기하진 않았다. 매일매일의 일상에 감사하려 노력하는 지금, 나는 찾음을 잊지 않으려 공부하고 살아냄을 즐긴다.
내게 삶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럼에도 태도 덕에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깨달음 하나는 건졌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건 이를 잊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이다.
ⓒ 정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