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네가 한 마디만 해보라고 해서
한 마디만 하려고 하는데 아니,
한 마디만 하라고 하면 백 마디는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 아니겠니? 싶어서 하는 말인데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왜 살지
라는 친구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그러니까 내 친구 중에 성이 왜 였고 이름이 살지인 친구가 있었거든. 그래, 사람 이름 같지는 않지. 그래서 가끔은....대체 이름이 왜 그러냐고 친구에게 묻기도 하곤 했어. 그럼 친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더군.
몰라!
몰라, 그건 내 이름이었어. 그러니까 그 친구는 내가 자신에 대해 물을 때마다 내 이름을 불렀던 셈이지. 어쩌면 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그 친구에게 묻곤 했던 걸지도 몰라. 넌 대체
뭐냐고
대체 뭔데 이름이 그 모양이며
너를 부르는 사람들 중 일부는 왜
너라는 존재가 생존에 방해가 된다며
네 목에 칼을 들이대는 거냐고
물을 때마다 그 친구는 대답했지, 몰라! 몰라! 몰라!
하하
그럼 난 웃음이 터지곤 했어
나도 예전엔 몰랐지
누군가 나를 불러주는 게
웃음 터지는 일이라는 거
몰랐는데
휴
있잖아 말하고 나니까 말이야
역시 나 아직은 죽기 좀 싫은 것 같네?
좀 더 해보고 싶은 것 같거든
말이라는 걸
말하면서 살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걸
그러니까 말로 할 때 이 칼 좀 치우지?
너도 죽기는 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