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는 대신 도서관에 갔던 날
서재에서 발견한 어느 혁명가의 일기
그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종종
다 그리고 싶다
하지만 나는 더 그리는 법밖에 모른다
나는 이 혁명가가 혁명가도 아니고
혁명가가 아니지도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을 좋아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찾아본 일기 마지막 장에는 다음과 같은 그림이 한 장 있었다
그림1. 자연 목탄으로 그린 그림이다
나뭇가지가 잔뜩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나뭇가지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을
이 사람은 대체 왜 그린 것일까, 생각하며 나는 도서관 모퉁이나무 책상에 앉았다 이 책상은 내가 아이였을 때
말하고 싶어질 때마다 앉곤 했던 책상과 닮았다
수풀 사이를 멋지게 헤집으며
달리고 싶어질 때마다 앉곤 했던
그 책상에
앉았던 그 애가 그린 그림은 본 적 없다
다만 나는
그 애가 그림을 그릴 때
명암 넣는 법을 몰랐다는 걸 그래서
내가 그렸던 대부분의 그림이
평평해 보이곤 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점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