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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솔 Sep 08. 2023

베단타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낮에는. 밤에는 누군가 창살로 내 목을 꿰뚫기 위해 창살 사이로 나를 훔쳐보고 있는 것만 같다. 밤에는 나를 보러왔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내게 사람은 본 것과 보이는 것을 구분해주는 매개체다. 


나는 사냥 당한

사자다 


그러나 내가 정말 사자라면 이런 걸  말하고 있을 리 없지.  한다고 해도 네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아니면 너도 사자든가. 그러나 너는 너무 


사람이고 


내가 그걸 알고 

그걸 아는 나는 


너를 흉내 내며. 마치, 나에게도 무기라는 게 있고, 그걸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듯 군다. 가령


투명하지만 


깨끗하지는 않은 

물이 바닥에 고여 있다면 

나는 물을 

마시는 일을 좋아한다 뜯어서 당기듯이

먹는 일을 좋아한다


먹는 것 


그것은  내게 먹히는 대상을 내가 관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없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일 같은 거. 없다는 거, 알지만. 나는 입안에서 


우물거린다


우물우물. 새까만. 빛 하나 없이 깜깜한 우물 안을 들여다보며. 무섭다고 생각한다. 무섭다고, 중얼거리며 씹고 또 씹다가 


더는 먹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삼키면서. 무척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던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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