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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솔 Sep 08. 2023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로라는 상자를 하나 가지고 있다. 사실 두 개지만, 상자를 소개할 때 로라는 상자를 하나만 갖고 있다고 말하며 다른 상자 하나는 천국에 숨기는 상상을 한다. 다만 피터가 “갖고 있는 상자를 보여줘” 같은 말을 한다면 로라가 피터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자는 로라가 천국에 숨긴 상자다.


다음은 로라가 천국에 숨긴, 정확히는 천국에 숨기다 만 상자의 프로필이다.


가로 110㎝

세로 200㎝

높이 34㎝


사이즈의, 매트리스가 집에 도착했을 때 로라는 피터에게 매트리스에 누워보라고 한다. “이 매트리스는 인체 과학의 신비에 따라 누웠을 때 네 몸의 크기만큼


움푹


파였다가 네가 몸을 일으키면 원상복구 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슴에 칼을 꽂았을 때보다 칼을 뺐을 때 더 피가 솟구치는 것과도 유사하지.” 로라가 말하자, 말 좀 만들지 말라고, 피터는 중얼거린다. 그러자 로라는 매트리스 대신 바닥에 가슴을 대고 엎드린다. 뭐냐는 눈빛으로 피터가 로라를 바라보자, 로라가 말한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아무 말도 못 하니까


*


피터와 로라가 헤어지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


피터가 사는 집 앞에 상자 하나가 배달된다. 피터는 상자를 하나 가지고 있다. 아니, 사실 하나가 아니지만 누군가 피터에게 상자를 보여 달라고 할 때마다 피터는, 로라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상자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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