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

오늘은 집밥이다!

by 메이쩡

회사에서 맡은 큰 행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조금의 숨 쉴 구멍이 생겼다.

터질 것만 같이 뜨겁던 노트북이 어느새 차가워져 있었고, 매일 폭풍처럼 밀려들었던 메일의 파도 역시 잠잠해져 있었다. 꼭 컴퓨터가 고장 나버린 것처럼...


그렇게 장작 3개월의 길고 긴 프로젝트가 단 하루의 행사로 끝났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을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눈코 뜰 새 없었던 시간들이 지나자 갑자기 찾아온 여유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바쁜 일과만큼이나 육아와 집안일에는 소홀해졌고, 눈에 보이지 않던 틈새 먼지들이 주인의 여유를 기다렸다는 듯이 뽈뽈 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정신없이 바쁠 때는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한꺼번에 주인을 찾아오듯 살펴달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장을 봤다. 밥을 한지 오래된 느낌이다. 아이를 키우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저녁은 늘 챙겨줘야겠다고 다짐했건만 어느새 바쁜 엄마 때문에 아이 역시 냉동식품에 식당 메뉴에 길들여져 있었다.


텅 빈 냉장고만큼이나 엄마의 집밥이 그리웠을 아이를 위해 오랜만에 솜씨를 부려보고자 이것저것 담았다.

엄마 밥이 최고라며 고사리만 한 작은 손으로 연신 따봉을 외쳐대는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안도감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오늘은 또 어떤 반응으로 엄마를 기쁘게 해 줄까?

벌써부터 아이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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