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내가 느끼는 행복은 절대적일까 아니면 상대적일까?
무척이나 철학적이고 사색적이고 어려운 것 같은 질문이라 이론적 정의 말고는 명확한 실체가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행복이란 녀석의 진짜 모습이.
언제부턴가 내가 느끼는 행복이란 감정의 기준이 내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까지 그 타인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대학원 동기 등 사회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그리고 각종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행복을 위해 갖춰야 할 요소였다.
그저 남들이 정한 기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 낯선 서울에서 서둘러 자리 잡기 위해 세상의 기준을 뒤쫓아가며 하나씩 달성해 나갔고, 그 쾌감을 행복이라 여기며 열심히 달렸다.
결혼 후 그 타인의 범위가 내 새로운 가족으로 옮겨왔다. 아니 정확히는 이전 버전에서 우선순위가 추가된 확장판의 모습이랄까. 내 가족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행복한가? 의 '나'라는 단어가 뇌리에 꽂혔다. 진정 나 자신만을 위해 온전히 보낸 시간이 있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할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일 년여를 일로 육아로 바쁘게 보냈다. 올해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의 연말을 어떻게 정리할까 하다가 주변을 돌아보는 것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타인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이라고 일부 느끼며 마치 대리만족했던 것 같기도 한 오묘한 기분이 들면서 나 자신의 행복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다
나는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면
나 역시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인 걸까?
내 안에서 행복을 찾았던 게 언제였던가?
누군가 그랬다. 그걸 물어보는 것부터 벌써 행복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정할 수도 없었다.
갑자기 행복을 고민한다고 해서 바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 기준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 행복에 대한 주체의 기준은 누가 뭐래도 나 자신이라는 인식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인정하고 그 범위를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내 남은 삶에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