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아파트 커뮤니티인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낯선 이들과 교류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게 느껴졌지만 그렇기에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신축 단지에 걸맞게 각종 하자와 민원은 끊일 줄을 몰랐고, 각종 하자 사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성실하고 빼곡하게 게시되었다. 각종 민원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고 그 내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
띵동!
아무리 화장실 청소를 해도 물이 계속 고여서 열어 보니 작업자가 화장실 공사 시멘트를 하수구에 그대로 방치하고 갔어요. 청소하는데 몇 시간이 걸렸습니다.
띵동!
누군가 새 가구에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으로 길게 그어 놓았어요. 한두 곳이 아니에요.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정말 화가 나요!
띵동!
비가 올 때면 안방 베란다 누수관에 물이 고여 있어요. 비가 더 많이 오는 날은 어쩌죠?
띵동! 띵똥! 띵동!
처음엔 우리 집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민원과 불편으로 도배된 글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알람을 무음으로 바꾸면서 누군가의 불만에 무감각해질 때쯤 이상하게도 불만의 글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한동안 새로 이사 왔다는 반가운 환영 인사가 더 많이 들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 논란이 된 건 '층간소음'이었다.
낮, 밤 그리고 새벽을 막론하고 울려대는 발망치 소리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제발 조심히 좀 해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자신의 동 호수를 닉네임으로 써야 가입이 승인되는 카페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시끄럽다고 울부짖는 이들의 민원에 우리는 아니라며 억울한 마음으로 받아치는 글들이 이어졌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 어느샌가부터 이 차디찬 콘크리트를 공유하면서 차디찬 말을 뱉어내며 서로의 배려를 요구하는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저녁에 산책을 하며 문득 우리 집이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윗 집과 아랫집 모두 이미 입주해서 누군가 살고 있었다. 아래위 켜진 불빛을 바라보니 아랫집을 향해서는 한없이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들면서도, 윗집을 향해서는 사람이 사는지도 모르게 늘 조용하게 생활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문득 글을 올렸다.
'조용하게 생활해 주시는 윗집 이웃님 감사합니다'
아마 불만이 아닌 감사의 글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불만은 말하기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참 쉽다.
하지만 감사는 말하기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기분 좋은 나머지
아랫집 이웃에게도 그 기분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데
에너자이저인 우리 집 아이가 잘 도와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