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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Nov 04. 2023

생일선물과 축의금의 불편한 진실

기브 앤 테이크?


매주 오는 금요일이지만 늘 기분이 좋고,

매년 오는 생일은 특별한 게 없어도 늘 설렌다.

나이를 먹어가도 여전히 생일은 설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일을 챙기는 게 살짝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에 떠있는 누군가의 생일을 늘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계속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멀리 이사와 가정을 꾸리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들.

매년 만나지는 못해도 안부를 묻곤 하던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안부인사가 뜸해졌다. 그런 어색함은 일 년에 한 번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그간의 안부와 짧은 인사로 그 공백을 급하게 메꾸곤 했다.


처음 선물을 할 때는 그저 기쁜 마음으로 고르고 선물했던 것이지 나도 받겠지 하는 기대감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정작 내 생일엔 아무런 말도 없는 이들을 보면 왠지 서운함이 밀려왔다. 분명 기대감은 없었던 것 같은데 서운해하고 실망하는 나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생일선물이 축의금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게 아닐까? 나는 분명 주었는데 돌려받지 못하면 서운해지는 마치 축의금과도 같은 존재 말이다.


주는 게 내키지 않아 받는 것도 불편하고,

어쨌든 받았다면 당연히 줘야만 될 것 같은 그런 의무감.


시대가 좋아져서 그 친구가 나에게 언제 무슨 선물을 했는지 조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보니 기브 앤 테이크는 산술상 쉽지만, 그만큼 마음을 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해의 끝자락인 11월에 생일을 맞으면서 뭔가 한 해 동안 진심을 다해 축하했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런 인사도 없는 이들에 순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먼저 전했던 마음에 대한 서운함일까,

넉넉하진 않아도 돈을 들여 선물했다는 억울함일까,

기브 앤 테이크라는 암묵적 룰에 대한 배신감일까.


그게 무엇이라도 기대를 했던 내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는 자명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의식적으로 기대를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생일 선물의 의미를 떠올리다 문득 축의금이 떠올랐지만 축의금은 아무래도 생애 한 번이니 왠지 비교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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