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은 열심히 달려온 만큼 보람되고 아쉽지만 유일하게 걱정되고 무서워진 것이 있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회사에서 해주는 거니 시간 될 때 받자라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불안하고 걱정되는 근심거리로 바뀌었다.
작년 이맘때 생애 처음으로 용종이라는 것을 떼었다.
혹자는 많이들 있는 거라며 다독였지만 이를 처음 경험한 나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3주가 걸린다는데 시간은 왜 이렇게 느리게만 가는지 일하다가도 밥 먹다가도 문득문득 생각이 났다. 3주 뒤 큰 문제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그 외에도 없던 증상들이 한두 줄 추가되는 걸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평소에 30분 이상은 꼭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을 해왔고 그 누구보다 유연하다고 자부했기에 건강의 적신호는 왠지 모르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간 맘고생 시킨 남편까지 미워져 한소리 퍼부었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그렇게 1년 뒤 다시 건강검진의 시기가 돌아왔다. 걱정과 불안 탓인지 며칠 전부터 계속 소화도 안 되는 거 같고 괜히 여기저기 아픈 것 같았다.
그래도 일 년 동안 더 열심히 운동하고 관리한 것 같은데 괜찮겠지?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선 대기줄에 긴장감은 더해졌고 더디게 가는 시간만큼 걱정도 길어졌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그렇게 올해도 건강검진이 끝이 났다.
올해의 건강성적표는?
다행히 작년보다 괜찮았다. 용종도 없었다.
건강검진이 끝나니 그제야 올해도 이미 끝난 것 같은 후련함이 밀려왔다.
앞으로도 흘러가는 세월 탓에 건강 성적표가 크게 오르진 않겠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게 잘 유지해야지.
내년 건강 성적표를 위해 다시 버티기 전략 돌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