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은 질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쩡 Dec 20. 2023

10년, 기록의 역사

연말 스벅다이어리가 필요한 이유


10년 장기 근속상을 받았다.

한 회사에서 10년간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가치 있는 일인지 옛날 아빠의 공로패를 보며 기억한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10년, 순식간에 흘러간 세월 같지만 오랜 시간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결혼과 연애 사이 아찔한 줄타기를 시작으로 결혼해 아이도 낳고 어느덧 아이의 유치원 졸업을 남기고 있으니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흡사 궁서체의 반듯한 필체를 가지고 있던 나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서기를 도맡았다.

이를 계기로 글짓기 반에 들어가면서 우연찮은 기회로 충청도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사실 선생님도 포기한 작품이 어떻게 최우수상을 타게 되었는지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렇게 글씨 쓰기, 글 쓰기로 다져진 나의 자신감 근육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이 되었다.


평범한 회사생활, 남들과 같은 업무를 해도 늘 빼곡하게 정리된 내 다이어리는 지나가는 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일을 많이 해 보여서 기특해 보이셨나?'


어떤 임원 한분은 말씀하시길,

"나중에 아이에게 가보로 물려줘도 되겠어."

라고 이야기하시며 격려하시곤 했다.


나에겐 그저 할 일을 잊지 않기 위한 평범한 기록인지라 

그때마다 감사의 눈인사로 어색함을 대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일상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된 일상은 점차 긍정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업무가 다양해서 자칫하면 잊을 수 있거나 그 우선순위의 구분에 애를 먹을 수 있음에도 가급적 침착하게 잊지 않고 제할일을 하니 시간에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긴 시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다음 할 일에 대해 미리 생각할 수 있었다.  


연차가 쌓이고 책임이 커지면서 일의 범위와 깊이는 점점 확대되었지만 다이어리에 미리 일정별로 정리해 두니 나의 오늘 할 일, 나의 먼저 할 일이 보였다. 그럼 그걸 하면 되었다.


빨리 끝낼수록 일은 더해졌지만 이를 처리하기 위한 근육이 단단해지니 나름의 여유가 있었고 어떨 땐 일이 재미있고 보람되었다.


이때 정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렇게 연말이면 새로운 한 해의 다이어리를 위해 회사 근처의 스타벅스에 가끔 방문하곤 했다.


나의 회사 생활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분신이 되어버린 다이어리. 연말이 되면 늘 그렇듯 내년을 위한 다이어리가 준비되면 뭔지 모를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올해의 마지막 24년을 위해 미리 준비한 이 다이어리에 또 어떠한 기록이 담길지 아직은 알 수 없으나 이 하얀 속지를 채워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11년째 기록의 여정을 향해

어쩌면 정말 아이에게 물려줄 가보가 될 그날을 위해

23년 한 해를 되돌아보며 스스로에 뭉클한 위로를 건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차를 냈는데, 할 일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