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유쾌한 책을 만났다.
분명 그림 하나 없이 검정 글씨만 가득한 책인데도 마치 여러 챕터의 웹툰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아마 저자의 실전 경험이 구체적으로 잘 녹아들었기에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오랜 직장 생활을 했기에 하급자의 입장, 그리고 프로젝트 담당 PM으로서 상급자의 역할을 통한 고충을 경험했기에.
그럼에도 상급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단 하급자의 기준에서 부조리와 불쾌함을 더 생각했던 것 같다. 사람이란 이기적이기에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할 수 있겠지만 저자의 글을 보면서 일터에서의 역지사지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권한은 책임지는 순서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상급자를 찾는다. 사실 그 상급자가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책임자를 찾는다. 이 책임자는 본인의 잘못도 아니지만 본인이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에도 사과하고 때로는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책임만 있고 권한만 있다고 다 좋은 보스가 될까? 사실 누구나 처음 신입인 시절이 있고 고난과 역경을 거쳐 지금의 상급자 자리에 있을 것이다. 힘들게 자리를 얻어냈음에도 그 권위에 대한 안팎의 인정은 없고 책임만 있다면 얼마나 외롭겠는가.
혹자는 그만큼 대우받고 돈도 받고 뭐가 문제냐라고 할 수 있지만 하급자들이 평생 하급자에 머물지 않기에 자신이 상급자가 되었을 때를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분명 그 결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인원, 높은 불만, 낮은 실적,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저자의 접근은 왜? 였다. 내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해야 하는지 본인조차 분명히 답할 수 없다면 어떨까?
하급자들을 말로 보채고 채찍질하는 직접적인 압력이 아닌 그들의 진정한 고객이 누구인지를 계속해서 물어보며 일해야 할 이유를 목표를 되새겨주는 간접적인 행동은 낯설지만 그들을 움직였다.
그들이 일해야 할 목적을 함께 찾아주니 그 목적인 자신의 권위도 인정받게 되고 인정받은 권위로 외롭지 않은 상급자는 그들과 함께 하나 되어 조직을 이끌어간다.
물론 조직의 문화와 특성이 이미 너무나 견고해서 상급자의 노력이 먹히지 않을 수 있지만 일하는 목적을, 일의 목표를 알고 가는 자와 아닌 자의 아웃풋은 분명 다를 거라 믿는다.
나 역시 외롭지 않은 보스가 되기를 꿈꾸며 질문해 본다.
'지금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