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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Jan 15. 2024

재택근무 제발 없애지 말아 주세요!!!

아이가 그린 집에서 일하는 엄마


지난해 말 회사 대표가 바뀌었다.

늘 그렇듯 그룹의 인사이동 시즌이 오면 연임이냐 교체냐를 두고 그 한해 회사의 행적을 되돌아본다.


일개 직원의 예측이 얼마나 맞아떨어지겠냐만은 난 기존의 대표님이 꼭 연임하셨으면 하고 바랬다.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재택근무가 없어질까 두려운 엄마의 간곡한 바람이랄까. 3년 여가 넘는 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는 어느덧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시작한 재택근무였지만 직원들의 재빠른 적응과 동시에 효율성과 생산성도 비교적 높았다. 

코로나는 종식되었지만 이전 대표님은 재택과 오피스 근무를 유연하게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 직원의 80프로 이상이 경기권에 살고 있어 출퇴근으로 낭비되는 시간도 줄이고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함 등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재택을 유지한다고 하셨다.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고 있던 나는 회사의 새로운 변화가 마냥 달지 많은 않았다. 누군가 새로 부임하면 이전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역시 예상대로 신년 초부터 근무 방식과 관련한 설문 조사가 진행되었다. 구구절절 설명은 길지만 요지는 명확했다.


" 계속해서 재택근무 하기를 바랍니까?"

"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결론을 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귀 기울여 듣고 반영하고자 하는 것인가.

달갑지만은 않은 설문은 나도 모르게 그 의도마저 삐뚤게 인식하고 있었다.


나의 대답은 당연히 '예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까?


변화와 혁신은 늘 어렵지만 그럼에도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변화에 반대한다면 계속해서 이 조직에 몸담는 게 맞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재택근무는 나에게 그저 출퇴근으로 절약된 시간만 선물해 준 것이 아니었다. 아이 밥을 직접 차려 주고,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고 이야기할 시간을 선물해 주었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며 건강하게 자라라는 덕담까지 해줄 만큼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분명 내 속으로 낳은 내 자식이라도 계속해서 눈 맞추고 스킨십하며 소통한 시간이 아니었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커가는 것을 카메라 렌즈가 아닌 내 눈을 통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미 3년이 훌쩍 지나있었고 난 어느새 예비 학부모가 되어 있었다.


나의 의지 바람과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결정되겠지.

그럼 또 울며 겨자 먹기로 한동안 적응하느라 바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소망해 본다.


누군가 나처럼 재택근무를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물로 생각한 이가 있었으면, 아니 많았으면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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